이런 얘기를 블로그에 올려도 되나 고민을 좀 하긴 했지만 나도 수술을 결정하고 기다리는 과정에서 검색을 통해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가능한 꼼꼼하게 써내려가겠지만 일단 개인적인 경험담인 만큼 정보를 찾아서 들어오신 분들은 가감을 해서 읽으면 좋을듯.
발견 과정.
2007년에 맹장염을 의심해서 헀던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우연하게 담낭에 용종 4개 발견.
하나는 4mm 대였고 나머지는 그보다 더 작았음.
다들 자각을 못해서 그렇지 한국인 10명 중 1-2명은 담낭에 용종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여자만으로 따지면 그 비율이 더 높다고 함. 이유는 모르겠음)
대부분은 거기서 커지지 않고 그냥 그렇게 살다 죽지만 간혹 커지거나 암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일단 용종이 발견되면 추적 관찰은 필수라고 한다.
치료약은 없음. ^^;
이때부터 6달 간격으로 복부 초음파를 받기 시작했다.
수술 결정 과정
2009년까지는 4mm대에서 5mm 대를 오가면서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
그러나 이 사이즈 변화는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는 게, 초음파의 각도에 따라 이 정도 크기 오차는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여하튼 이대로 살다 죽기를 바랐는데 2010년 6월 검진 때 9.6mm로 갑자기 확 커진 걸 발견.
암이든 아니던 10mm(=1cm)가 넘으면 수술이 가장 권유되는 치료법이다.
조금 더 기다려면서 관찰을 해도 되는 사이즈인데 고민을 하다가 그냥 한살이라도 젊을 때 떼어내자고 결정.
갑자기 커진 게 찜찜하고 또 둬봤자 더 커질 확률이 높고, 일단 이렇게 커지면 염증이나 암 같이 더 안 좋은 것으로 발전할 확률이 높아진다. 암은 아니더라도 염증이 생겨 심해지면 협착이 생기고 그러면 개복을 해야하는 등 괜히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을 수가 있으니까.
다니던 동네 의원의 소화기 내과 전문의 선생님이 연계병원인 삼성의료원 췌담도 센터의 소화기 외과 전문의 허진석 교수로 바로 예약을 잡아줬다.
1차 의료기관에서 3차로 바로 연결을 해주니까 복잡하지 않고 그런 건 참 좋더라는... (나중에 알았는데 이렇게 1차 기관의 소견서를 갖고 가야 3차 의료기관에서 보험 적용이 되는 게 많다.)
여기서 살짝 고백을 하자면 일단 다니던 병원에서 잡아준 예약을 갖고 와서 집에서 열심히 검색질을 했다. ㅎㅎ;
병원이 좀 멀기도 하고 또 무작정 가란대로 믿고 가기에는 난 의심이 좀 많은 케이스라.....
이왕이면 가까운 중앙병원이나 성모병원에 가볼까 했는데 삼성 의료원을 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가장 짧은 입원 기간이었다.
대부분 3박 4일 정도의 입원 기간인데 여기는 2박 3일이었고 또 어느 블로거가 아주 상세하게 치료 받는 과정 등을 적어놓은 걸 보니까 시스템이 가장 괜찮은 것 같아서 그냥 더 이상 찾아보지 않고 깔끔하게 마음을 정했다.
수술 결정.
7월 초 예약한 날짜에 소견서와 초음파 CD (만원 주고 병원에서 구웠음. -_-;)를 암센터(췌담도 센터는 암센터에 포함됨. ^^; 근데 이 위치를 보고 좀 심란하긴 했다)에 갖고 진료시간 20분 전에 가서 영상자료 제출하는 곳에 접수.
그리고 체중과 혈압을 재는 곳에서 체크를 하는데 솔직히 난 이건 좀 에러라고 봤다.
혈압 체크의 기본이 최소 5-10분 정도 안정을 한 다음에 쟤는 건데 만약 시간 늦어 급하게 달려왔다거나 속보를 한 케이스라면 절대 제대로 체크가 될 수가 없다.
이건 순전히 뭔가 하나라도 더 해줬다는 요식행위라고 보임.
각설하고 예약 시간에 가서 환자 리스트를 보니까 10분에 3명씩 이름이 들어있다.
이게 바로 종합병원의 30분 기다리고 의사 얼굴 3분 보는 바로 그 현장. ㅋㅋ;
그래도 내가 어릴 때 종합병원 가면 예약을 했음에도 2-3시간 기다리고 3분 봤으니 그것보다는 나아졌다고 해주겠음.
조금이라도 환자들을 빨리 돌리기 위해 칸을 막아놓은 2개의 진료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진료와 상담을 한다.
별로 새로운 정보는 없었음.
이미 검색을 통해서 알고 있던 내용들을 전문의의 입을 통해서 확인하는 정도의 절차였다.
"모양으로 봐서는 콜레스테롤성 용종이긴 하지만 계속 커지면 어차피 잘라내야 하니 수술하는 게 낫지 않겠냐" 고 쿨하게 그러길래 나도 그냥 쿨하게 "알았다. 근데 지금 하던 일은 끝내게 8월로 수술 날짜를 잡아달라." "그래? 난 월요일하고 수요일 오전에 수술하는데 그럼 언제로 할래?" 달력을 꺼내서 즉석에서 18일로 날짜까지 정하고 나왔다. (나중에 후회했음. ㅠ.ㅠ 한치도 모르는 게 인간사.)
여기서 나올만한 질문.
왜 용종만 떼어내지 않고 담낭을 떼어내느냐? 담낭은 너무 작아서 그런 미세한 수술이 힘들고 또 담낭(=쓸개)는 소화액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떼어내도 사는 데는 지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함.
워낙에 중병환자들이 많은 곳이다보니 담낭 용종 정도는 병 취급도 안 하는 분위기.
예민한 사람이라면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이 너무 가볍게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 일가친척이 아닌 한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지극한 보살핌과 동정을 받는다는 건 큰병이라는 의미니까. ^^;
그렇게 정확하게 3분 정도를 채우고 나와서 수술 상담을 해주는 간호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담낭 절제 수술에 대한 설명과 주의 사항 등등을 듣고 나왔다.
만약 내가 그 다음주 정도로 수술 날짜를 잡았으면 그날 바로 수술 전 검사를 받았겠지만 1달 이상 남았기 때문에 수술 전 주에 아무때나 와서 수술 전 검사를 받으라는 얘기만 듣고 귀가.
내 담당 교수는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에만 외래 진료를 하기 때문에 전날부터 굶어서 이때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는데 정말 허탈...1차 진료기관의 의뢰서를 갖고 간 케이스기 때문에 선택 진료를 했음에도 5천원 정도 나왔음.
이날 수술 전 검사비를 미리 내도 된다.
사실 그게 더 편하다.
그리고 입원 절차를 밟는 곳에 가서 입원 예약을 하고 왔음.
그날 병실이 나지 않으면 입원을 못 해서 수술이 늦춰질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근데 실제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만약을 대비한 면피성 발언인듯)
희망병실은 6인실을 신청했는데 이 역시 대기자 순으로 주기 때문에 안 되면 1-2인실이 배정될 수 있다고 함. 이 역시 이미 검색을 통해서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알았다 그러고 귀가. (실제로 입원 들어갈 때 다인실로 들어간 사람은 최근에 온/오프라인을 통해서 단 한 명도 못 본 것 같다.)
수술 전 검사.
그냥 7월 말이나 8월 초에 수술을 받는 게 차라리 나았을 텐데...
8월 중순이면 한가해질 거라는 예상과 달리 갑자기 미친듯이 바쁘고 또 개인적인 일들도 생기고 해서 본래 목요일에 가려던 수술 전 검사는 수요일에 갑자기 하러 갔다.
일단 수술 전 검사 용지를 출납계에 갖고 가서 돈을 내고 (총 15만원 정도. ㅠ.ㅠ) 검사받기 시작.
가슴 X레이는 검사 받는 곳 앞에 접수처에서 접수를 하면 접수증을 주니까 그걸 받아서 탈의실로 가 옷을 갈아입고 사진을 찍고 나오면 된다.
피검사는 은행처럼 카운터에 피를 뽑아주는 사람들이 줄줄이 앉아 있는 가운데 번호표 받아서 앉아 있다가 내 번호가 뜨면 그 자리에 가서 피를 뽑히면 됨. 그리고 내 피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옆에 있는 상자로 착착 안착.
양계장의 닭, 혹은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이 뜬금없이 떠올라서 혼자 웃었다.
소변 검사는 피검사 하는 곳에서 병을 받아 옆에 있는 화장실에서 하고 소변통을 모으는 곳에 넣어두면 됨.
소변을 받는 통에 대해서는 검사자가 아니라 피검사자 측면에서 디자인 변형이나 연구가 아주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종이컵이 차라리 낫다. --;
심전도와 폐검사는 2층인데 접수하면 전광판에 이름이 떠서 그 자리에 가서 하고 나오면 됨.
종합병원의 검사는 무한정 기다리기라는 어릴 때 기억을 갖고 갔는데 확실히 시스템적인 면에서는 많이 발달을 한 것 같다.
가슴 X레이, 피검사, 소변 검사, 심전도, 폐기능 검사 같이 간단한 것들 뿐이긴 했지만 총 걸린 시간은 1시간 반 정도.
간단하니 좋았다.
다만... 환자 입장에서는 점심 시간이니 이런 걱정없이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끊임없이 돌아가는 이 시스템이 좋긴 한데... 같은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아무리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고 어쩌고 해도 엄청난 노동일 것 같다.
유럽에서 이렇게 굴렸다면 아마 뒤집어졌겠지.
하지만 여기에 익숙한 우리들은 이렇게 굴러가지 않는 유럽이나 미국 시스템에 가면 얘네는 일을 하는 거냐, 마는 거냐 열을 내는 거고. 참 딜레마다.
입원.
입원하는 날 오전 중에 병실이 언제 나니까 오라는 전화를 준다고 한다.
이날까지 주기로 한 기획서 마감을 미친듯이 하고 있는 11시 경, 3시쯤 오라고 전화가 왔다. 그때부터 정말 빛의 속도로 마무리를 하고, 씻고 점심 먹고 병원으로 고~
(이것도 나중에 알고 보니까 굳이 3시까지 딱 맞춰 갈 필요는 없을 듯. 어차피 수술 전 검사는 따로 다 하고 입원하기 때문에 6시 정도에 입원해도 별 문제없이 나머지 소소한 준비나 안내는 다 받을 수 있다.)
본관 1층의 입원 수속하는 곳에 가서 입원 수속을 마치고 병실을 배정받은 뒤 (예상대로 2인실) 입원.
입원비랑 병원비 떼어먹고 갈까봐 연대보증인의 서명을 받은 걸 제출해야 한다. 환자가 돈 안 내고 도망가면 3천만워까지 보상을 해야 함. ^^;
수술 전 보호자 동의서 어쩌고 해서 동생을 달고 갔는데 대수술이면 몰라도 나 같은 가벼운 케이스는 굳이 보호자가 입원하는 날부터 동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인실에는 시내통화가 되는 전화가 있고 TV도 달려 있음. (다인실은 TV, 전화 모두 유료라고 함.)
병실 안내 받고 나서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이건 참 기분이 묘~함) 동생을 보낸 뒤 이번엔 전날 회의 때 수정 사항 나온 걸 수정해서 열심히 마감을 하는 와중에, 6시쯤 저녁 식사가 나온다.
간간히 간호사가 들어와 혈압 쟤고, 열 쟤고, 주치의가 와서 수술 설명을 해주고 갔다. 큰 수술을 앞둔 옆 침대 환자는 담당 특진 교수가 주치의 거느리고 들르던데 난 교수님 얼굴도 못봤음. 근데 교수 얼굴 안 봐도 되는 가벼운 환자인 게 더 고마웠음.
근데 주치의와 간호사, 그리고 병원 안내지의 내용 통일을 해야할 필요성이 다분하다.
이미 숙지하고 있는 내용이지만 확인 차원에서 주치의에게 몇가지 질문을 했는데 이 언니... -_-; 혼자만 다른 얘기를 한다.
(ex. 실밥을 뽑기 전에는 샤워를 해서는 안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수술 부위를 덮는 반창고가 방수가 되니 괜찮다 등등)
어느 쪽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불필요한 혼란을 주는 듯.
저녁을 먹고 나니 마취과 의사가 들어와서 마취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하고 서명을 요구하는데, 너무나 바빠 보여서 내가 차마 딴지를 걸지 못했지만 설명이 너무도 부실. 차라리 갖고 다니는 그 안내지를 미리 줘서 환자가 숙지하게 한 다음 보충 설명을 해주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름만 설명이고 그냥 '앞니가 깨질 수 있다, 그래도 수술은 해야하니 마취 동의서에 서명해라'로 요약하면 된다.
그리고 혈관 확보를 하러 (혈관만 잡으러 다니는 것으로 보이는) 간호사 한명이 와서 주사 바늘을 꽂아놓고 가는 것으로 일과 마무리.
각 층마다 유료 컴퓨터가 있는 휴게실이 있다고 하기에 마무리한 시나리오를 넣은 USB를 들고 갔더니 이런. -_-; 옛날 오락실 오락기계처럼 쇳덩어리로 무장한 이 코인 컴퓨터에는 USB 포트 자체가 아예 없다.
허무한 가운데 병실로 돌아와서 취침...을 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역시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거의 뜬눈으로 지새면서 수술날 아침이 밝았다.
나머지는 다음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