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패럴, 마리 클로드 피에트라 갈라, 실비 기엠 등 역대 최강의 카리스마 발레리나들이 정말 근사한 무대를 보여줬지만 역시 볼레로는 남자 무용수에게 더 맞는 옷이고, 조르주 동이 최고인 것 같다. 본래 베자르가 지지 장메르를 염두에 두고 볼레로를 안무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남편 작품에만 출연하겠다고 거절해서 무산됐다고 하던데... 만약 그녀가 춤췄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지 궁금하면서도 역시 조르주 동이 최고~ 이러고 있다는.... 베자르가 조르주 동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역시 볼 때마다 든다. (물론 이런 작품을 자신을 위해 만들어주는 베자르를 조르주 동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겠지.)
이 영상은 미니 시리즈라고 해야하나... 특집 몇부작이라고 해야하나... 여하튼 프랑스에서 만든 걸로 짐작되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라는 그 드라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면이다.
TV 시청이 자유롭지 않던 어린 시절이라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그나마도 너무 어릴 때라 띄엄띄엄한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2차 세계 대전 전의 프랑스, 영국, 미국, 러시아, 독일 등등 유럽 각국에서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예술가들의 사랑과 삶이 묘사되고 그들이 전쟁을 겪으면서 죽고, 헤어지고 만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죽거나 떠나는 일세대들 뒤로 태어난 2세대들이 또 다시 예술가로 성장한다. 한 시대를 살았던 그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마지막 이벤트가 저 에펠탑 아래에서의 공연.
카라얀을 모델로 한 저 지휘자와 노래한 저 가수(던가? 아니면 여자 사회자? 기억이 가물가물)는 서로의 존재를 모르지만 실은 2차 세계대전 때 장교로 파리에 와서 잠깐 불장난을 한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부녀 지간이고, 따져보면 저 각각은 그들은 몰라도 서로 얽혀있는 인연이 많았었다.
어릴 때는 전쟁으로 꼬인 그 기구하고 절절한 러브스토리들로만 기억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는 누구를 모델로 했는지를 발견하는 기쁨이 쏠쏠했던 드라마. 그런데... 등장인물의 모델이었던 카라얀, 에디트 피아프, 누레예프, 거쉰 등등은 다 죽었고, 누레예프를 연기했던 조르주 동 -역시 에이즈로 누레예프보다 먼저 갔음. --;-이며 누레예프의 엄마인 러시아 발레리나를 연기했던 예카테리나 막시모바도 이미 저 세상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