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 한길아트 | 2010.10.21-22
요즘 그릇에 불타 오르는 사이클로 접어든 것 같다. 단순히 사이트들을 누비며 그릇을 구경하고 장바구니 놀이를 하고 가끔은 지르기도 하다가 이제는 단편적인 내용들을 좀 체계적으로 알고 싶다는 욕구에 검색하다 발견한 책이다.
몇변 데인 경험이 있어서 이런 류의 책은 국내 저자는 별반 신용하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구매를 했는데 나름대로 성공적인 선택. 영국에서 공부한, 이쪽 방면으로는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인 모양인지 고대부터 유럽 중심으로 훑어 내려오는 내공이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이건 저자에게일지, 아니면 편집 쪽에 해야할지 모를 불평이지만- 아트북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고, 도판을 위해 엄청나게 비싼 종이를 쓰고 있는 그 특징을 거의 살리지 못한 책이라는 불평은 반드시 해야겠다.
아트북이라면 가장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덕목이 내용과 딱딱 어우러지게 제자리에 배치된 도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필수 요소에서 낙제점이다. 초반부에 도자기의 역사 등등이 설명되는 챕터에는 종이가 아깝게 단 한 장의 사진도 없고, 중반부터 그나마 사진들이 많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내용과 사진과의 거리는 한 백년 정도? 마이센 도자기를 설명할 때 마이센 사진은 구경도 할 수 없다가 저~~~어~~~기 한참 뒤쪽에, 이미 마이센은 잊혀진 이름일 즈음에 마이센의 사진이 줄줄이 모여서 등장하는 식이다.
이 책을 쓴 저자나 내공이 있는 독자라면 책에 언급된 이름들만으로도 머릿속에 도자기들이 줄줄줄 지나갈 수 있겠지만 나처럼 초보나 혹은 초보 딱지를 겨우 뗄까말까한 독자에게는 그저 이름만일 뿐이지 설명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저작권 등의 문제로 사진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닌 경우에는 내용에 맞는 도판 배치는 필수가 아닌가?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좋은 정리이고, 사진들 각각을 곰곰히 따져보면 좋은 것들이 많음에도 성의 없는 편집 때문에 책의 가치를 떨어뜨린 게 안타깝다.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한 사진과 겉도는 내용이라는 흠을 덮고 그냥 책 자체로 본다면 눈요기도 많고 앤티크나 빈티지 도자기를 좋아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겠다. 다만 정보의 상당수가 아주 고급인 앤티크 중심이기 때문에 상당수는 눈요기가 되겠음. ^^; 그래도 돈이 없는 입장에서는 차라리 이렇게 아예 닿을 수 없는 애들이 정신 건강과 가정 경제의 안녕에 도움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