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작년에 읽었는데 역시나 게으름을 피면서 아직도 기록을 안 해놓은 책 중 하나.
더 있다간 그나마 남은 잔상들마저 다 달아날 것 같아서 그냥 작정하고 앉았다. 2권은 예전에 동생이 산 걸 읽었는데 그때 마음에 들어서 내내 벼르다가 올해 웅진의 리브로 인수 50% 세일 때 질렀다.
2권이 근현대의 그림과 건축에 비중이 좀 더 높았다면 1권은 좀 더 고전적이랄까, 그런 것 같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묶여진 느낌이랄까, 인상이 내게는 좀 그랬다.
1권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로랭, 타슈바인, 터너, 피라네시, 에셔, 르 코르뷔지에, 라파엘로, 브라만테, 블레이크, 브뤼헐, 오키프.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예술가들과 타슈바인, 르 코르뷔지에처럼 내게는 상당히 생소한 사람들이 함께 얽혀 있다.
하지만 유명인이라고 해서 속속들이 다 아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경험은 즐겁다. 라파엘로야 유명의 수준을 넘어 식상할 정도로 그의 모든 면모와 이면, 스캔들이 다 파헤쳐진 인물이지만 그를 제외한 예술가들의 예술 세계와 그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 혹은 반대로 그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건축물들의 얘기는 다른 곳에서 만나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이었다.
[#M_별 관계없는 사담.|접기|에셔나 피라네시는 대학원 때 교수님이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그 영향을 받은 음악을 작곡하고 -또 우리에게도 영향을 받을 것을 강조했을 정도로- 사조를 형성했을 정도였기 때문에 그 건축적인 구성미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는 갖고 있었다. 당시엔 '통섭' 이라는 단어 자체를 다들 모르고 살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음악도들에게 토마스 만이나 조이스를 읽고 독후감을 써오게 하고 이름도 모르던 복잡한 철학자의 이론서를 던져주고, 에셔나 브뤼겔, 보스, 피라네시의 그림과 이론을 보게 하던 강석희 교수님은 일종의 통섭 교육을 시도하셨던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누군가의 제자라는 게 참 자랑스러운 유일한 분이다. 그녀는 나를 전~~혀 모르겠지만 족보로 따지면 진은숙 씨는 나의 '사저'라는. ㅋㅋ 만약 쇼팽 음악원으로 유학 갔으면 내 인생은 또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 안 가본 길이 불현듯 궁금.
더 있다간 그나마 남은 잔상들마저 다 달아날 것 같아서 그냥 작정하고 앉았다. 2권은 예전에 동생이 산 걸 읽었는데 그때 마음에 들어서 내내 벼르다가 올해 웅진의 리브로 인수 50% 세일 때 질렀다.
2권이 근현대의 그림과 건축에 비중이 좀 더 높았다면 1권은 좀 더 고전적이랄까, 그런 것 같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묶여진 느낌이랄까, 인상이 내게는 좀 그랬다.
1권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로랭, 타슈바인, 터너, 피라네시, 에셔, 르 코르뷔지에, 라파엘로, 브라만테, 블레이크, 브뤼헐, 오키프.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예술가들과 타슈바인, 르 코르뷔지에처럼 내게는 상당히 생소한 사람들이 함께 얽혀 있다.
하지만 유명인이라고 해서 속속들이 다 아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경험은 즐겁다. 라파엘로야 유명의 수준을 넘어 식상할 정도로 그의 모든 면모와 이면, 스캔들이 다 파헤쳐진 인물이지만 그를 제외한 예술가들의 예술 세계와 그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 혹은 반대로 그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건축물들의 얘기는 다른 곳에서 만나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이었다.
[#M_별 관계없는 사담.|접기|에셔나 피라네시는 대학원 때 교수님이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그 영향을 받은 음악을 작곡하고 -또 우리에게도 영향을 받을 것을 강조했을 정도로- 사조를 형성했을 정도였기 때문에 그 건축적인 구성미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는 갖고 있었다. 당시엔 '통섭' 이라는 단어 자체를 다들 모르고 살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음악도들에게 토마스 만이나 조이스를 읽고 독후감을 써오게 하고 이름도 모르던 복잡한 철학자의 이론서를 던져주고, 에셔나 브뤼겔, 보스, 피라네시의 그림과 이론을 보게 하던 강석희 교수님은 일종의 통섭 교육을 시도하셨던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누군가의 제자라는 게 참 자랑스러운 유일한 분이다. 그녀는 나를 전~~혀 모르겠지만 족보로 따지면 진은숙 씨는 나의 '사저'라는. ㅋㅋ 만약 쇼팽 음악원으로 유학 갔으면 내 인생은 또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 안 가본 길이 불현듯 궁금.
오키프는... 꽃으로만 기억하던 그녀에게 그 화려한 꽃그림은 아주 짧은 시기였고 어도비나 인디언 문화의 영향을 받은 예술사조를 갖고 있었다는 건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영영 몰랐을 것 같다.
똑같은 사물도 어디에 포커스를 두느냐에 따라 그 면모나 인상이 완연히 달라진다는 걸 보여주는 건축가의 그림 이야기라고 하고 싶음. 이것도 일종의 성공적인 통섭 내지, 르네상스 스타일에 추앙되던 다방면의 교양인의 성공적인 결과물 같은데... 예술원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불현듯 궁금. 뭐든 제대로 만들기는 힘들어도 망해먹기는 끔찍할 정도로 쉽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여하튼 머리가 말랑말랑할 때 고급 예술은 건축처럼 빈틈없이 꽉 짜여진 구성을 기본으로 해야한다는 배움을 받아서 그런지 픽션이든 논픽션이던 이렇게 탄탄한 글이 좋다. 정말 천재의 광휘가 빛나 눈 멀게 하지 않는 한 어설픈 감상이나 직관을 휘두르는 글은 왠지 취향 밖이다. 내용이나 구성이나 탄탄하다는 점에서 마음에 드는 이 저자의 글은 꾸준히 찾아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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