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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 박완서

by choco 2011. 1. 22.

느즈막히 컴퓨터를 켰다가 황망하게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리고 기사들을 살피면서 아직도 황망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기사에 등장하는 구리시 자택.  한눈에 봐도 작가의 집이라고 느껴지던 그 예쁜 노란 집에서 돌아가셨구나.  차가운 병원이 아니라 그곳에서 떠나셨다니 마지막이 그렇게 많이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거라는 짐작일지 위로일지를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소재 재탕에 끊임없는 자기 복제, 혹은 반복이라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따뜻한 시각과 그녀가 펼쳐놓은 그 아름다운 우리 말 단어와 표현 만큼은 누구도 폄훼하지 못할 것이다.

박완서 작가에겐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은 시간일 수 있겠지만 그 노란 집 거실에 마주 앉아서 마셨던 작설차와, 내가 빈에서 선물로 사갔던 씨씨 초콜릿을 먹으며 나눴던 얘기들은... 내게는 죽을 때까지 들춰볼 내 추억 상자의 소중한 보물로 기억될 것 같다.

참 곱고 맑고 불행에 함몰되지 않은 강한 영혼이었다.  그렇게 늙고 싶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젠 평생 글 속에서 그리워하고 기억하던 사람들과 조우하고 계실 테니 행복하시겠지. 

잘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