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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기/식당

이촌동의 빙수 가게들

by choco 2011. 7. 26.
아래 아자부 얘기를 쓴 김에 그냥 동네 한정으로 빙수를 간단히 끄적.

**동빙고
작년에 혜성처럼 등장해 어느새 밀탑과 함께 서울 2대 빙수로 등극한 빙수 가게.
곱게 간 얼음에다 팥과 큼직하게 썬 떡이 들어가는 팥빙수와 여기에 미숫가루를 넣은 미숫가루 팥빙수, 녹차가루가 들어간 녹차빙수는 클래식한 삼총사이고, 견과류가 듬뿍 올라간 밀크티 빙수 (일동 로얄 밀크티의 맛과 향이 물씬 풍기긴 합니다만.  ^^)와 커피 빙수도 묘하게 중독성이 있죠.
통조림 팥시럽이 아니라 직접 삶은 팥이라 달지 않고 부담이 없는 게 최강이죠.
봄에 대만에서 온 동생 친구를 데리고 갔는데 맛있다면서 지금도 여기 얘기를 합니다.  ^^
처음 생겼을 때는 동네의 맛있는 빙수가게 였는데 어느날부터 외지인들이 물밀듯이 밀려와서 요즘은 번호표 받아야 하는 수준.  --;
며칠 전에 나가기 싫어하는 뽀양을 빙수 사준다고 꼬셔서 먹으러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오려니까... '빙수 먹자는 소리에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간다고? 난 못 가!!!' 하는 표정으로 철푸덕 바닥에 주저앉아 버티기 하는 뽀양 때문에 배꼽을 잡았었음.  ㅍㅎㅎㅎㅎㅎㅎㅎ   정말 오래된 짐승은 요물이 된다는 전설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다.

**아자부
도미빵이라고 우기는 붕어빵을 파는 가게지만 문을 연 시점부터 도미빵보다 빙수를 더 많이 팔고 있는 것 같은 가게.
도미빵에 들어가는 팥이 괜찮아서 빙수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시도해봤는데 정말 괜찮았다.
여긴 얼음, 우유, 팥에 특이하게 미니 도미빵이 하나 올라간다.
도미의 속을 나보고 선택하라면 커스타드나 팥을 택하겠는데 빙수에 올라가는 미니 도미빵은 선택의 여지없이 크림치즈.  다들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늘 빙수만 먹고 빙빙 돌아다닌다.  ^^;
동빙고처럼 얼음이 아주 고운 팥빙수는 6천원이라 퀄리티 대비 합리적인데 (양은 좀 적은 편.) 도미빵은 한개에 2천원부터 3천원대까지!!!

**배재란 커피 클라스
직접 로스팅해서 드립해주는 커피랑 더치커피가 맛있는 가게로 여기서 커피 마시려고 일부러 회의하러 우리 동네에 오는 감독까지 있다.  ^^;
그리고 여기도 주인이 직접 만든 팥과 갈아 만든 흑임자 빙수가 여름 메뉴로 나옴.
약간 투박한 막사발 같은 그릇에 굵게 간 얼음과 팥, 우유, 흑임자가 어우러진 빙수는 달지 않아서 정말 깔끔하고  구수하면서 시원 그 자체.
흑임자가 얼음과 참 잘 어울린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하지만 쇄빙기가 거칠게 얼음을 내는 스타일인지 얼음이 갈았다기 보다는 부순 것 같아서 고운 얼음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마이너스.  (내게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가격은 14000원이던가?  좀 많이 비싼 편이긴 한데 양이 많아서 셋이 먹어도 충분하니까 그걸 따지면 그럭저럭 납득.

**커피미학
맛은 있으나 무시무시한 가격대의 커피를 파는 곳.
동네 커피 가게 치고는 드물게 발렛 파킹이 되는 곳이라 차 끌고 오는 사람이 있을 때 간혹 이용하는 곳.
여기 팥빙수도 맛있다고 매스컴을 간혹 타길래 한번 시켜봤는데.... 기자가 거짓말이 아닌 선에서 최대한 띄워준 듯.
'옛날 빙수를 떠올리게 하는 클래식한 빙수'라는 그 표현은 사실이다.
얼음, 팥, 우유(혹은 연유), 미숫가루라는 고전적인 조합인데.... 이런 고전적인 조합이더라도 뭔가 특징이나 감칠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어릴 때 할머니댁에 놀러가면 그 동네 시장에서 손으로 돌려 갈아주던 그 얼음처럼 소복하니 고왔다면 잘 어우러졌을지 몰라도 배재란처럼 얼음이 너무 굵다.
와삭와삭 얼음을 씹어 먹는 걸 좋아한다면 몰라도 고운 눈꽃 얼음파에겐 역시 마이너스.
맛은 갸우뚱에 양도 그냥저냥인데 가격은 만원을 넘어감.

**파리 크라상 & 파리 바게뜨
동네에 아루나 르노뜨르가 있을 때 그 두 가게의 빙수를 좋아하면서도 가격과 양이 부담스러워 가볍게 먹고 싶을 때 종종 이용을 했던 파리 크라상 빙수.
여기서 처음 빙수가 나왔던 때만 해도 가격 대비 양이며 수준이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직접 삶은 팥으로 만든 빙수를 먹다보니 팥시럽과 과일 시럽은 가까이하기 싫어지고, 거기다 해마다 가격은 쑥쑥 오르니 장점을 그닥 찾지를 못하겠음.
근데... 아이들은 확실히 인공 감미료와 이것저것 많이 들어간 단맛을 더 선호하는 모양이다.
애들은 담백한 곳보다 여기를 더 좋아함.  ^^;;; 

**아마폴라
유기농 빵집 체인점.
몸에 나쁜 게 많이 들어갈수록 맛있다는 제과 제빵계의 진리를 납득하게 해주는 빵집.
맛이 없는 건 아니나 참 묘~하~게 뭐랄까... 뭔가 살짝 빠진 맛.  (역시 쇼트닝이 필요해.  -_-a) 
유기농이고 몸에 좋은 거야~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9시 이후에 (30% 할인이라  ^^:) 주로 이용해주고 있는데 여기도 빙수를 한다.
쇼콜라 빙수와 블루베리 빙수.  이외에도 더 있던가?
나쁘지는 않으나 엄청 맛있어~의 수준은 아님.
그래도 파리 @@@ 처럼 어딘지 모르게 뒷맛이 텁텁하거나 갈증이 더 난다거나 그런 건 없었음.

이외에도 모스의 녹차 빙수가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으나 여기서 마지막으로 빙수를 먹은 게 어언 3년이 다 되어가는 고로 패스.  모스는 젤라또가 진리.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