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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깔깔.

by choco 2012. 9. 12.

낮에 얻어온 책 좀 읽으려고 컴을 막 끄려는데 동생이 아이패드로 파들파들 떨면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낮에 사무실에서 쥐가 나왔다고. 

 

뭐든 내 눈에만 띄지 않으면 되고, 눈에 띄어도 잽싸게 사라지면 된다는 나와 달리 내 동생은 벌레나 쥐 등등 엄청 싫어하고 굉장히 깔끔함. 

 

당장 짐 싸서 한국 오고 싶었다고, 이번에 한국 들어올 때 가방 알콜로 다 소독하고 입고 들어온 옷도 집에 오면 바로 버릴 거라고 지금 파들파들 떨고 있다.

 

근데 세상만사가 늘 그렇듯 어디를 가도 내 눈엔 안 띄는 그런 불쾌한 것들이 꼭 내 동생 앞에만 나타난다. ㅋㅋㅋㅋㅋ 옛날에 우리 집에서 쥐가 나왔을 때도 하필이면 동생 방, 그것도 동생이 발견. 그날 난리도 아니었는데... 그 쥐가 왜 하필이면 동생 책상에 출몰했는지.  내 동생도 물론 기절했지만 그 요란한 비명에 그 쥐도 상당히 놀랐을 거라는데 천원 걸겠음.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우리 뽀양이 쥐랑 마주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살짝 궁금.  아마 초시크하게 저건 무엇인고? -> 먹을 게 아니구나. -> 영양가 없다. -> 무시의 프로세스를 거칠 듯. 

 

쓰다 보니 살짝 웃긴 거 또 하나.

 

일요일에 결혼식이 있어서 부산에 갔는데 말 많은 집안 행사라 바쁜 와중에 머리에 힘도 주고 화장도 간만에 제대로 하고 내려갔음.  

 

식장에서 조카를 보고 "00아~" 하고 불렀다. 

근데 눈을 땡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누구신데 저를 부르시나요?'  -_-;;;; 

올케랑 배를 잡고 웃었다. 

조카야 늘 집에서 보니 마감 와중의 부스스한 몰골이나 부엌에서 요리하는 역시나 부시시한 노 메이컵의 고모만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마는...  애들 올 때도 화장을 좀 해줘야 하나? 

근데 화장 하는 것보다 지우기가 귀찮아서....

 

이건 웃긴 얘기는 아니지만 그냥 쓰는 김에 이어서.

조카가 고모를 못 알아보는 저 풀 메이크업과 드레스업 때문에 기차에서 숨막혀 죽을 뻔했다.

반드시 코르셋을 입어야 하는 디자인인데 처음엔 몰랐지만 오래 앉아 있으니 서서히 숨이 막히기 시작.

나중엔 심호흡을 하면서 왔다.

 

빅토리아 시대 때 왜 여자들이 픽픽 수시로 쓰러졌는지 정말 알 것 같음.

17인치는 고사하고 스칼렛이 애 낳는 바람에 굵어졌다고 짜증 엄청 냈던 그 20인치로만 조였어도 난 살아서 이 포스팅을 못하고 있을듯. 

 

예전에 라빌 스펜서 소설 중에 (라빌 스펜서는 서민들이 주인공이라서 하녀 같은 건 안 키움) 부부싸움을 하고 남편이 집에 안 들어오는 바람에 여주가 코르셋을 벗지 못하고 새우잠을 자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기차 안에서 갑자기 그 내용이 떠오르자 '이런 죽일 놈이 있나 ㅆ' 소리가 절로 나옴.

 

장거리 행사를 갈 때는 편한 옷을 입거나 정장은 따로 챙겨가야겠다.

멋 좀 내려다 정말 죽을 뻔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