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방송할 때까지는 계속 그 문 옆에 앉아 들락날락해야할 것 같지만 일단 오늘은 탈출..... 이라기 보다는 외출?
우리 일이 철저한 총량불변의 법칙이 있어서 아무리 널널해보이는 일도 어느 순간 몰아서 하느냐 나눠서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따져보면 전체 기본 고생의 분량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이번 일은 그 고생이 초반에 와장창 몰려오는 모양. 이렇게 초반에 고생하면 말년이 편하냐? 그게 아니라는 게 문제. 우리 업계 총량 불변은 하한선만 있지 상한선은 없다. --; 앞으로 이만큼, 혹은 이보다 더 한 고생을 해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두려운 사실. 그러니까 그냥 어차피 할 고생이면 마지막에 하는 게 낫다.
쓸데없는 사설이 길었는데.... 지난 2주간 있었던 일들을 그냥 요약 정리 하자면...
추석 연후 직전 함께 작업하기로 하고 날 끌어 넣은 PD가 싸우고 관둠.
이때 나도 관뒀어야 하는데 그놈의 책임감이 뭔지. -_-;
솔직히 누가 해도 말랑한 아이템이었으면 넘기고 손 뗐을 텐데 그럴 수준이 아니었다.
함께 공부하고 아이디어를 짜내도 모자랄 판에 혼자 연휴 내내 자료 읽으면서 1차 가구성 만들고 새 PD 옴.
내가 그나마 선별해서 준 자료와 구성안 내용 보더니 줄행랑. -_-;
이날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해서 정리해서 보내야하는 구성안은 도장 빨리 찍고픈 사장이 성급하게 보내는 바람에 이게 뭐냐고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음. (솔직히 당연. 아이템 정리만 해놓은 수준을 도대체 뭘 믿고 보내냐고?)
다음날 지경부에서 불렀다고 해서 갔더니 사장만 부른 거였음.
혼자 깨지기 싫으니까 대신 깨지라고 나를 방패막이로 부른 거였음.
방송을 전~혀 모르는 이분들의 머리에 있는 구성안은 내레이션 완전히 다 들어간 편집 구성안이었음.
어쨌든 소설이라도 써서 다음 주까지 다시 정리해주기로 하고 정리.
새로 구했다는 PD는 주말 내내 연락 절대 안 됨.
수요일인 오늘까지 2차 구성안 주기로 했는데 화요일까지 안 되냐고 주말에 사장 난리.
모든 연락은 총감독과 하라고 끊었더니 전화를 수십통 받으면서 엄청 시달렸다고 함.
월요일에 PD랑 회의하는데 사장이 굳이 오겠다더니 바빠죽겠는 판에 똑같은 얘기를 1시간 반복.
내 생애 처음으로 사장이랑 한판 떴음. 10년 넘게 이 바닥 생활하면서 그 누구랑도 싸운 일 없는 (물론 상황 종료 뒤에 조용히 관두겠다고 짐 싸들고 나온 적은 있음) 내 전력에 흠집이. ㅜㅜ
여하튼 그 상황에서 급한 게 사장이니 퇴장 후 회의할 분위기도 아니라서 아이디어 있으면 추후 얘기하자고 하고 해산.
당연히 서브작가, PD 포함해 아무에게도 연락 없음.
사실 기대하지도 않았음.
어제는 스트래스로 몸살에 속병까지 남.
쓰러져 24시간 자도 모자랄 판이지만 두통약에 위장약에 홍삼을 꾸역꾸역 먹으면서 마감을 향해 달리고...
오늘 2시에 마감.
오늘 5시까지 마감한다고 했는데 사장은 1시쯤부터 아직 안 나왔냐고 총감독을 엄청 쪼았다고 함. ㅎㅎ;
2시에 최종 마무리 회의하기로 한 PD는 아직 끝나지 않은 다른 프로그램 수정 걸렸다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안 나타남.
오타 체크는 서브 작가에게 시켜서 마무리하고 보냄.
문제의 수퍼갑이 마음에 든다고 연락왔음.
이렇게 어쨌든 지금은 해피엔딩.
이렇게 살았어요.
그리고 12월 초까지 상당히 불량할듯 싶습니다.
그래도 11월의 발레는 절대 사수!
로파트키나 언니와의 만남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