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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장어

by choco 2012. 10. 26.

이틀간 좋아하지도 않는 장어와 싸우면서 겨우 마감.  --;

 

지금 하고 있는 다큐보다는 이 장어가 좀 재밌긴 하지만... 통과되면 고생이 바가지일 게 보여서 솔직히 마음이 반반인 기획이다.  물론 돈은 왕창 달라고 할 예정이긴 하다.  ^^;

 

어릴 때 동생 태어나고 부산의 외할머니 댁에 있을 때 몸 약하다고 (사실 별로 약했던 것 같진 않음. 동생은 어릴 때 골골하는 거 봤던 기억이 나는데 난 정작 크게 아팠던 기억이 없다.)  할머니가 장어를 사다 고아서 날마다 한대접씩 내게 먹이셨다. 

 

노인네가 어찌나 총기가 좋은지 정말 하루도 잊어버리지 않고 먹이시는데... 내가 오죽하면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할머니가 유일하게 장어 먹이는 걸 잊어버리고 작은집에 가던 그날의 그 조마조마함과 기쁨을 기억하고 있을까.  다만 반전이라면 버스에서 뒤늦게 떠올리신 외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가 장어탕을 한 그릇 먹이고 다시 외출을 하셨다는... ㅜ.ㅜ  할머니와 장어탕 먹으러 집으로 다시 돌아갈 때의 그 암울함도 역시나 지금도 기억한다.  -_-a

 

장어라면 사족을 못 쓰시는 부친을 포함한 다른 가족과 달리 내가 장어탕은 당연히 절대 네버 죽어도 안 먹고 구운 장어며 양념 장어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 건 아마 그때 내 평생 분량의 장어를 다 먹었기 때문일 거다. 

 

지금은 정말 비싼 고급 어종인 장어가 내가 어렸을 때는 그다지 비싸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할머니가 날마다 한솥 끓여서 푹 졸여갖고 만든 노~오~란 국물을 내게 먹일 수 있으셨겠지.  내가 그때 먹은 장어가 몇 마리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부친이 평생 드신 장어보다 숫자가 그리 적지는 않을듯.  그리고 그때는 양식이 없을 때니 순수 자연산 장어로 치면 우리나라에서도 제일 많이 먹은 편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정정하고 총기 넘치던 할머니의 늙으신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하네.  기운 내시게 양식 장어라도 좀 사서 보내드려야겠다.  할머니는 그 장어를 직접 장만해서 내게 끓여주셨을 텐데... 할머니 쏘리~  본래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잖아요~  ^^;

 

일단 좀 뻗었다가.... 나중에 주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