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는 너무 맘에 들어서 하나는 아니어서 필히 기록을 남겨야겠다.
CODORNIU CUVEE RAVENTOS.
스페인산 스파클링 와인이다. 1551년부터 시작된 회사라는데 이거야 동네에서 포도 키워 몇통 만들던 시절까지 부풀린 것일테니 별 의미두지 않음.
BRUT라고 표기가 되어 있어서 일단 달지는 않으리란 확신은 갖고 집어왔다. 프랑스 샴페인의 3/5 정도하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도 간택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일단 프랑스에서 건너온 샴페인이라고 이름 붙은 것은 아무리 싼 것도 최소 4만원대를 넘어가는데 얘는 2만원대나 3만원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됨. 이름을 잊어버린 이태리 상표의 스파클링 와인의 처절한 실패 이후 다른 종류에 좀 망설이긴 했지만 그래도 모험을 해봤다.
결론은 성공.
혀끝과 목을 간지르는 거품의 느낌은 확실히 프랑스쪽보단 약하다. 모에 샹동이나 그랑 크뤼 등은 목에 넘어가는 순간까지 거품의 자극이 기분좋게 느껴지는데 반해 얘는 그 정도는 아님.
그렇지만 감칠맛과 쓰지도 달지도 않은 그 밸런스의 절묘한 조화. 그리고 적당한 무게감은 가격대비 상당히 훌륭하다.
초콜릿과 궁합도 엄청나게 좋음. 특히 새콤한 과일 초콜릿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과일 초콜릿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 가족이 이 샴페인 때문에 동생이 만든 라즈베리 초콜릿을 아작냈음.
앞으로 샴페인이 당길 때, 또 선물하거나 가볍게 나눠마실 일이 있을 때 아주 애용하게 될 것 같음. 샴페인은 반드시 프랑스에서 건너온 것이어야 한다는 사람을 제외하고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누가 내게 묻는다면 강추!
TIERRA ALTA RESERVA CARMENERE 2003년산.
칠레산 적포도주로 50% 할인이라서 16000원인가 18000원에 사온 것으로 기억됨.
별로 찬성하는 의견은 아니지만 차도 포도주도 대충 가격순으로 순위가 매겨진다는데 그런 의미에서 싸게 팔린 비싼 집안의 값을 한다고 해야하나. ^^ 근래에 재수좋게 좋은 포도주를 많이 마셨지만 얘는 굉장히 괜찮은 편.
CARMENERE가 동네 이름이냐, 회사이름이냐 잠시 고민을 했지만 뒤에 붙은 설명을 보니 포도 품종인 모양이다. 이로써 또 새로운 포도 품종을 하나 배우는 성과도 있었다. ^^;;;
색깔은 진한 자주빛. 루비빛쪽을 선호하는 내게 색깔은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아로마와 맛은 눈에 번쩍이다. 뜯자마자 코끝에 확 치고들어오는 향에다 은글슬쩍 감도는 풍부한 과일맛. 달지 않으면서 탄닌맛이 굉장히 부드럽고, 묵직하면서도 부담가지 않는 균형. 내가 레드 와인에 요구하는 딱 그런 모습이다.
커피와 초콜릿 향도 느껴질거라고 설명서에 써있는데 불행히도 내 미각은 그 정도까지 예민하지 않은 고로 풍부한 과일향 선에서 만족하기로 했음.
결론적으로 굉장히 밸런스가 좋은 와인이었다.
양고기나 양념이 많은 요리와 잘 어울린다는데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24일 만찬과 아주 잘 어울렸다. 그런데 이 와인과 샴페인을 과하게 드신 부친은 술병 나셔서 어제 제일 좋아하는 안주를 앞에 두고도 한잔도 못드셨다. ㅎㅎ;;;
LES EMAUX CHARDONNAY 2002
밑에 줄줄이 얘의 족보와 온 동네들이 써있지만 옮기기 귀찮아서 다 생략. 이 큰 제목만 기억하면 된다. ^^ 특이하게 이집트의 와제트와 흡사한 것을 상표로 이용하고 있음.
얘는 어제 조개+새우구이와 함께 마신 화이트 와인.
화이트 와인을 싫어하는 내 동생이 사왔을 리는 없고... 기억을 더듬어보니 친구와 함께 와인 가게에 갔다가 맛있다는 부추김에 내가 하나 사온 것 같다. 그러나... 식사와 곁들이기엔 볼륨감이나 파워가 너무 떨어진다.
가리비나 키조개와는 그럭저럭 조화가 되는 느낌이었는데 굴로 들어가니까 맛이 확 죽기 시작. 굴의 향에도 밀리는 정도였다.
와인만 그냥 마시기엔 괜찮지만 테이블 와인으로는 조금은 불합격. 와인을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내가 마시기 위해 내 돈 주고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와인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부드럽고, 달지도 시지도 않은 부드러운 맛이라 나쁘진 않을 것 같음.
샤도네이 치고는 신기할 정도로 약하다. 갸웃거리고 있음.
31일엔 김군이 어제 가져온 스페인 와인과 H양이 가져올 와인, 그리고 초코 퐁듀는 샴페인으로 마무리 예정. 기대된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