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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심란....

by choco 2013. 6. 19.
작년에 갑상선암 수술하셨던 이모가 전이가 되셨는지 아니면 각자 발생이 됐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편도선, 침샘, 임파선에 초기긴 하지만 암이 발견됐다.

수술이 잘 되긴 했다지만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가 예정된 걸 보면 아주 초기라고는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저번에 부산 갔을 때 감기가 심하게 걸려 병원 갔다고 하셔서 못 뵙고 왔는데 그때 수술을 하셨고 우리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거짓말 하셨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부쩍 늙고 마른 이모를 보면서 가슴이 갑갑한 게... 돌덩이가 심장을 누르고 있는 것 같은 이 기분을 어디에 설명하거나 하소연할 수도 없네.

이모부의 팔짱을 끼고 걸어가시는 이모의 뒷모습을 보는데 눈물이 나서 혼났다. 정말 남들이 부러워하는 금슬을 자랑하는 잉꼬부부신데... ㅜ.ㅜ

아무 도움도 되지 못 하고 기도밖에 할 수 없는 내 무력함이 참 싫다.
그리고 이모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 하고 내 소소한 일상들에 정신 뺏기고 있는 나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과 나약함이 싫다.

오늘 낮에 절에 갈 일이 있었는데 불경 중에 인과응보란 걸 우연히 펼쳐서 읽게됐다.

스물 이전은 부모의, 스물부터 마흔까지는 과거의, 마흔부터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현재에 반영되니 업장을 쌓지말고 선하게 살라는 내용이었다. 마음에 와닿으면서도 왜 우리 이모를 포함해서 누가 봐도 많이 베풀고 선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노년이 이렇게 팍팍하고 힘든 것인지.... 인과응보가 정말 맞는 소리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현생에 받지 않은 업장은 자손에게 인과응보가 간다고 써있긴 하다만... 요즘 봐선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음.

미국에 전화나 한통 넣고 자야겠다.
돈 벌어야 이모한테 좋은 과일이나 건강식품이라도 하나 더 사드릴 수 있겠지.

이런 갑갑함을 털어놓고 가슴 아픈 심정을 서로 이해하고 나눌 수 있는 동생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