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도 일단은 구하고 폭풍 마감도 끝내고 이제 당분간은 취미생활에 매진하며 평화로운 4월이 되길 기대하였으나... 내 팔자가 그럴 수는 없지. -_-;
토요일 밤에 모님과 캣츠 예매하고 피곤해서 일찍 자려는데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3시 반.
문을 벅벅 긁는 소리에 눈을 뜨니 개님이 뚜둥~하고 나타났다. 겨울도 아니고 거위털 이불을 찾아 내 방에 올 이유가 없지만 화장실 나왔다가 그냥 들렀나보다 하고 비몽사몽 올려주고 자자고 하는데 쫌 메롱해 보임. 뽀양이 컨디션이 안 좋을 때 특유의 자세가 있다.
저녁에 과식해서 속이 불편한다보다 하고 배를 주물러주려는데 움찔하면서 피하길래 열을 쟤보니 38.2도 사람이라면 헉!이지만 개한테는 이 정도면 약간 위쪽에 있는 정상범주이다. 등을 계속 만져주면서 재우니 좀 자는가 싶더니 내려달라고 하는데 다른 때라면 안방이나 동생방 가서 자려다보다 하겠지만 촉이 안 좋아서 쫓아나가봤는데 역시나 어느 방에도 가지 못하고 계속 배회.
계속 앉지도 눕지도 않고 왔다갔다하는 개들 따라 아침까지 벌 서다가 5시 넘어 방으로 데려와 억지로 눕혀 놓고 보니 예전에 탈장됐을 때처럼 뭔가 볼록한게 보인다. 예전에 탈장됐을 때 새벽이랑 (그때는 무식한 주인이 성질 버럭 내고 자버렸음. ㅜ.ㅜ) 비슷해서 거의 확신을 하고 아침까지 기다려 여기저기 문자 보내고 수소문해서 동물병원 샘 핸폰 번호 알아낸 다음 7시에 결국 선생님을 깨웠다.
일요일에 단잠 자는 선생님 끄집어내서 (죄송. ㅎㅎ) 8시 15분에 수술하고 그럭저럭 해피엔딩.
찢어진 부분이 2mm 정도로 장도 아니고 지방이랑 혈관 하나 정도 나왔다고. 그날 밤에 찢어지자마자 아프다고 난리를 친 것 같다고 함. --; 다른 애들 같으면 잘 느끼지도 못 하고 또 주인에게 표도 안 낼 텐데 얘는 참 예민한 것 같다고... 엄살이 심하다는 얘기를 외교적으로 돌려서 말하심.
그래도 참아서 큰 병 나는 것보다는 조금만 아파도 빨리 해결하라고 난리 치는 개가 백번 낫다고 스스로 위로 중이긴 한데.... 왜 너는 좋을 때는 아빠랑 동생 옆에 찹쌀떡이면서 이렇게 설거지할 일만 생기면 해결하라고 나를 찾아오느냐. --; 기쁨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아픔도 함께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여하튼 3시간 자고 아침부터 응급 수술시켜서 데려오고 바로 홍제동에 공부하러 갔다가 저녁에 들어와서 일 좀 하고 기절.
밥 먹고 살아난 뽀양. 눈이 초롱초롱.
수술 후 너무 힘들어 회복을 위해 수면을 취하는 중이라고 우기고 싶지만... 평소에도 워낙 이렇게 퍼져자기 때문에 수술과 관계없는 일상.
멀쩡히 잘 자고 잘 놀고 있다가 괜히 심기가 불편한지 도끼눈 뜨고 나를 쳐다보는 중.
그러고 보니... 어릴 때 다리 수술 시켰을 때도 '네가 내 다리를 이렇게 만들었지!!!!!' 하면서 내가 옆에만 가면 소리 지르고 도끼눈 뜨고 쳐다보던 게 기억이 나는군. --;
샘이 병원비 청구서 설명하면서 응급진료비를 쫌 미안해하며 쭈뻣쭈뻣 얘기하는데 일욜 아침에 수술해줬으니 당연하지. 그나저나 주말에 간만에 원고료 하나 입금되서 신난다~했는데 뽀양이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그래도 입금을 기다려줘서 고맙다, 이 개야. 이달에 카드비 좀 적게 나온다고 좋아했더니... ㅅ양 말마따나 우리는 개를 수발하기 위해 노동을 멈출 수가 없다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