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족이 당한 일도 아닌데 왜 그리 감정이입을 해서 유난이냐고, 괜히 사회 분위기에 휩싸여 슬픈 척 하는 거라고 한다면 딱히 아니라고 항변할 수는 없겠지만.... 정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우울하다.
내일 오전에 수정을 대대적으로 하나 해서 넘겨줘야하고 본래 주말까지는 끝내려고 자체 마감을 잡아놓은 일도 있는데 목요일부터는 그야말로 모두 정지.
일상생활은 그럭저럭 하고 있고 또 너무 심란하다보니 오히려 더 바르작거리며 전에 없는 부지런을 떨고 있다.
본래 5월 초까지 덮던 거위털 다 빼서 세탁 보내고 여름 침구들을 4월에 꺼내는 기념을 토하고... 아마 딸기가 예정대로 금요일에 도착했다면 주말에 딸기잼을 만드는 짓까지 했을 지도 모르겠다.
만나야 할 사람 다 만나고 뽀삐도 챙기고 동생 따라 백화점도 가고...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데 머릿속 한 부분은 뭐랄까... 파괴된 기분?
한계에 오니까 어제부터는 잠이 오기는 하는데 수요일 이후부터는 잠도 잘 못 잘 정도.
동생의 회사일이 너무 바쁘고 지친 바람에 추진력 강한 걔가 포기해서 무산되기는 했지만...
4월 초쯤에 뽀삐를 데리고 인천에서 배 타고 제주도에 갔다올까 둘이서 계획을 했던 게 떠올라서 더 이렇게 힘든게 아닌가 싶다.
바로 저곳에 나나 내 동생 혹은 내 개가 있었을 가능성이 또 다른 의미의 공포로 다가오는 거겠지.
이렇게 먹고 글 싸지르고 숨 쉬는 것조차 죄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들.
수요일 오전에 1명 빼고 전원 구조라는 기사를 보고 나가 ㅅ씨의 200명 실종 얘기를 설마~했던 그 순간마저도 미안하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잊어버리고 또 하하호호거리면서 살 수 있겠지만... 저렇게 자식이나 가족, 친구를 잃은 부모들은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야할 텐데.
정말 남의 일이 아니다.
안산 사는 내 친구가 다니는 교회에선 14명이 그 배에 탔는데 1명 살고 1명은 사망, 12명은 오늘 현재까지도 실종이란다.
안산에는 길에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웃는 얼굴은 지난 주부터 구경도 못 한다는데... 아마 이사도 많이 갈듯.
소시오패스나 공감능력이 아주 많이 떨어지는 사람을 제외한 대한민국 국민의 상당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외상후 스트래스 증후군 환자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