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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신은미 콘서트와 2014년판 마녀 사냥

by choco 2014. 12. 26.


탈북자 출신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의 글이다.


이 기자 블로그에는 가끔 들어가는데 나랑 정치 성향은 다르지만 내가 아는 한도 안에서 탈북자 출신으로는 거의 유일무이하게 찬반여부와 상관없이 논리적으로도 납득이 가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서 종종 그의 글을 읽고 오는데 이번 글은 완전 공감이다.


모두 한줄로 서서 나란히 가지 않으면 목숨줄 끊기는 북한이 싫어 여기로 목숨 걸고 내려왔다면 다양성을 누릴 수 있는 자유에  감사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할 텐데 북한 욕하면서 정작 북한처럼 하고 싶어하는 윗대가리들이나 거기에 장단 맞추는 사람들이나 도무지 이해가 안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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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onga.com/nambukstory/archives/94720

 

유난히 사고가 많았던 2014년도 이제는 다 저물어간다. 하지만 나는 연말에 이슈가 됐던 네 가지 사건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의 건강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물론 애초에 아주 건강했던 나라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연말의 사건들은 우리의 미래를 더욱 병들게 하는 것 같아 슬프다.

 
 그 네 가지 사건은 신은미 종북 콘서트 사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소니 해킹 사건, 통진당 해산 결정, 전작권 포기 등이다. 나는 이 모두를 지켜보면서 찜찜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어떻게 하나 같이 내 생각하고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부터 각자 사건에 대한 나의 의견에 대해 연재해보려고 한다.
 
  물론 나의 견해에 의견이 다를 사람들이 많을 것도 안다. 더구나 이 블로그의 독자층 성향으로 봤을 때 이번에 연재하려는 글에 대해 더구나 용납이 안 되는 사람이 더욱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독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글을 쓰겠다고 생각이 들면 그건 붓을 꺾어야 할 때일 것이다. 내가 TV에 안나가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도 그것이다. 종편에 나가 주 시청자인 보수층의 입맛에 맞는 말을 할 자신이 없다. 내가 다른 이야기를 하면 채널이 돌아갈 것이고 나는 수상한 탈북자란 평가도 덤으로 얻을 것 같다. 하지만 TV는 그렇더라도 내 블로그에선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련다.
 
  오늘의 주제는 이른바 신은미 종북 콘서트 사건이다. 나는 이것을 2014년 현대판 종북 마녀사냥의 대표적 사례라 생각한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이성을 잃게 됐을까 안타까움이 든다.
 
  신은미 씨가 작년에 평양을 다녀와 오마이뉴스에 글을 연재할 때, 탈북자인 나는 그 글을 잘 읽었다. 그 글에선 북한 주민들에 대한 필자의 애정도 느껴졌다.
 
  그 글이 평양이라는 한정된 지역과 북한 당국에 의해 지정된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 쓰인 글임을 감안하고 읽으면 그다지 분노할 만큼 문제점을 많이 찾지는 못했다. 탈북자들의 수기도 그들이 살았던 환경을 감안하고 읽듯이 말이다. 이러 저런 글을 읽고 종합해봐야 북한이란 나라의 전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북한 교회를 쓴 글을 봤을 때는 너무나 순진하게 북한의 속임수에 얼려 넘어가는 것을 보고 한심하게 느껴져 신 씨에게 메일도 보냈다. 4월의 봄 축전 무대에 섰다는 글을 봤을 때도 그렇게 이용당하지 말라고 했다. 이런저런 계기로 당시 몇 차례 이메일 교환도 했다.
 
  신은미 씨는 국내에 들어와 올 4월 강연도 30여 차례나 했다고 한다. 그때도 누구도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다.
 
  하지만 11월 조선일보가 “신은미가 황선이와 강남에서 종북 콘서트를 하고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찬양했다더라”고 보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보수층이 분노하고 나섰고, 연일 이 문제가 우리 사회를 당장 무너뜨릴 이슈라도 되는 등 연일 떠들어댔다.
 
  신은미 씨가 명백히 종북 성향이 뚜렷한 황선이와 결합되면서 그리 커지지 않아도 될 문제임에도, 보수층을 자극하는 휘발성 있는 뉴스 상품으로 변질됐다. 이 글을 황선이네 조직이 이용할까봐 미리 말하지만 나는 황선이 같은, 북한의 명백한 팩트에 눈을 감고 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싫어한다.
 
  신은미 씨가 황선이네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역시 철이 없고 순진한 이 아줌마는 “내가 본거 말하는데 어때서”라고 생각했는지 설 자리 앉을 자리 구분하지 못하고 황선이네의 봉이 돼서 그들이 깔아놓은 판에서 신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문제제기는 할 수 있는 상황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이 콘서트에 대한 보도 행태를 보면서 ‘마녀사냥’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도 않은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찬양했다”고 하지 않나, 신은미가 통전부의 지령을 받고 국내에서 활동한다고 낙인찍지 않나, 개인사를 캐내지 않나…아무튼 이건 너무 심각했다.
 
  신은미는 졸지에 쓸어버리고 박멸해야 할 악당이 돼 버렸다. 그걸 보면서 나는 “완전히  이건 정말 미친 마녀사냥이야…마녀사냥…”이러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보수층 속에서 조선미디어의 파워는 역시 상당했다. TV 조선의, 화재 신고를 하듯이 당장 숨넘어갈 듯한 특유의 목소리를 가진 남성 앵커가 다급하게 보수층에 SOS를 보내자 보수층이 격동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탈북자들까지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찬양하는 신은미는 북에 가라고 성명을 냈다. 내가 개인적으로 잘 알고 좋아하는 이순실 누님도 나서서 “나는 대합실에서 해산했는데 무슨 산원 같은 소리냐. 맞짱 토론을 하자”고 성명서도 냈다.
 
  그렇다. 이것 역시 사실이다. 북한에선 산원에서 애를 낳는 선택된 소수도 있고, 대합실에서 해산하는 소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하나가 어느 하나를 거짓이라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맞짱 토론을 하면 탈북자들의 말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순 있지만 한쪽은 가장 안 좋은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쪽은 자기들이 봤던 북한의 단편적 이야기를 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싸움이 될 게 뻔하다.
 
  하지만 사실은 이런 것을 두루 결합해 봐야 북한이 보인다. 평양산원의 병상규모 약 500석을 감안하면, 이는 30~50만 명 규모를 커버할 수 있는 병원 크기다. 그러니 북한 주민의 최대 2%만 최신식 평양산원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은미와 황선이처럼 자기가 본 2%의 삶을 북한의 전체처럼 포장해 말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들은 “내가 본 것은 이렇습니다. 당연히 내가 본 이들은 선택된 사람들입니다”고 말해야 했다.
 
  하지만 일부만 말하는 것은 탈북자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누가 어디 가서 간증이나 강의할 때 자기가 가장 고생한 일만 말하지 않는가. “저처럼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은 북한 주민의 2% 정도에 불과합니다”라고 말하는 탈북자는 없다.
 
  다만 신과 황은 자신들이 본 북한의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자기들 눈앞에 보이지 않는, 탈북자들의 수기를 통해 증언된 핍박받고 죽음을 당하는 북한 동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당연히 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은 양심이 없고 욕을 먹어 싸다.
 
  그렇지만 이 점이 대한민국을 며칠 째 들었다 놨다 할 심각한 문제인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했는가. 정말 나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는 북한의 안 좋은 이야기보단, 잘 산다는 일방적인 말만 듣고 위안을 삼고 싶은 사람이 아마 만 명은 넘을 것이다. 통진당 당원수도 3만 명이나 되지 않는가.
 
  그런 수요층이 존재하고, 이들은 그 수요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강의를 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잘 산다는 이야기만 듣고 싶어 한다는 것도 죄인가. 그럼 교회처럼 북한에서 눈물나는 사례만 수요로 요구하는 것은 죄가 아닌가.
 
  나는 소규모의 청중을 둔, 별 것도 아니고 이 동네 한구석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무시할 수도 있는 별 것도 아닌 강연보다 수백 만 명이 보도록 몰아간 마녀사냥이 더욱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언론은 이래서는 안 된다고 본다.
 
  비록 나는 프레임도 잡지 못하고, 조선 뒤따라간, 또 보수층 장사도 제대로 못해 3등으로 처진 신문의 기자이지만, 이런 식으로 얻은 1등은 부럽지 않다.
 
  결론적으로 신은미 마녀사냥을 통해 나는 신은미, 황선이 류가 나쁘고 위험하다는 생각보다는 수백 만 명의 독자를 갖고 있는 보수 언론이 이런 식으로 담론을 잡고 몰아가면 적절한 균형이 이뤄져야 할 이 사회의 건강도가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건강한 사회, 발언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지키려면 나부터도 제 정신을 붙들어 매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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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줄에는 정말 절대절대절대 공감.


더불어 판매(?)되는 수기나 경험이 상당히 70년대스러워지는 게 탈북자들의 수구화를 부추기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


여기 오래 드나드는 분들은 다들 알다시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난 군 관련 홍보나 교육물을 꽤 많이 했었다.


참여정부 시절로 기억이 되는데... 당시 예비군 훈련 교육물을 만들면서 경각심을 높여주기 위해 북한의 예비군들은 엄청난 전력을 갖고 있고 실제 군대나 다름없이 빡세게 훈련을 하고 블라블라~의 내용을 썼다.

그리고 현장감을 주기 위해 그 챕터 말미에 탈북자의 인터뷰를 하나 끼워넣었다.


탈북자는 그 내용에 맞는 살벌한 멘트를 쳐줘야 하는데 북한에서 예비군 훈련 받던 경험담을 질문하면 이건 뭐 남북한은 한민족, 한형제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남한과 차이가 하나도 없는 당나라 예비군.  -_-;

하나 같이 가서 설렁설렁 시간 때우고 온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초딩부터 중딩 때까지 배웠던 북한 관련 내용들은 과연 무엇인가?  내가 이것도 속았었구나 하는... 아노미를 한번 더 느꼈었다.


물론 몇 % 밖에 안 되는 당나라 예비군 훈련의 경험자일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섭외했던 (국방부에는 모범적인 탈북자 리스트가 있다.) 탈북자 모두의 비슷한 대답이었기에 그 비율은 꽤나 높다고 할 수 있겠음.


여하튼.... 지금 생각하면 나나 종편이나 뭐가 다르냐...라는 약간의 자괴감이 들긴 하는데 꼭 필요한 거라서 원하는 내용으로 대본을 써주고 그걸 읽게 하면서 인터뷰를 땄음.  ^^;


지금 종편에 등장해 입맛에 맞는 얘기를 열심히 떠들어주는 탈북자들은 자본주의에 잘 적응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드네.


그 사람들이야 먹고 살자면 할 수 없겠지라는 최소한의 쉴드는 좀 쳐줄 수 있으나 그걸 이용하는 것들이야 말로 정말 "네가 원하는 시스템이 있는 북한으로 가라!"고 일갈해주고 싶다.  


한 10년간 방송작가를 가장한 홍보작가로 설렁설렁 잘 살았는데 세상이 하도 지X 맞다보니 본의 아니게 다시 본업으로 복귀.


늙어서 힘도 없는데... 죽겠다.  ㅜㅜ 


그래도 뇌의 주름을 좍좍 펴다가 정신줄 놓는 것보다는 몸이 힘든 게 낫겠지.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