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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뽀삐

도구를 쓰는 개

by choco 2015. 5. 7.


좋은 일도 많았지만 부친의 탈장 수술 등 소소하니 신경 많이 쓰이는 일들도 많았는데 거기에 빠지지 않고 보태신 우리 늙은 개님.

눈에 백태 비슷한 게 꼈는데 동물병원에서는 두면 자연히 없어진다고 대수롭잖게 치부.  하지만 매일 쳐다보는 입장에서는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결국 부친의 수술이 끝난 주말에 열 검색을 해서 안과 전문의(요즘은 동물도 안과 등 전문의가 등장하는 추세)를 찾아서 마침 그날 저녁에 예약이 된다고 해서 바로 갔다.

전문의답게(?) 각막에 칼슘이 낀 거라는 진단을 해준 것까지는 괜찮은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바로 제거 시술에 들어가버렸다.  조금만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였으면 종일 케어가 가능한 주말로 미루거나 했을 텐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화요일 저녁에 간단한 시술인지 수술인지를 하고 돌아온 뽀양.

집에 오는 길에 정말 애 키우는 엄마들의 심정에 100% 빙의하는 온갖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건 이미 주변에 다 말로 푼 관계로 패스.  여하튼 견생 처음으로 엘리자베스 카라를 낀 뽀양은 무지무지무지하게 불쾌한 기분이 되었다.

이런 표정으로... 밥도 먹여드려야했음.  아침마다 개 밥 먹여드리는 기분이란... -_-;;;;

웃겼던 건 저 딱딱한 카라를 쓴 머리를 움직이면 문에 부딪쳐서 요란한 소리가 나서 주인들이 문을 바로바로 열어준다는 걸 그 2-3일 사이에 개가 학습을 한 거다.  앞발로 문을 긁지 않고 머리를 움직여 톡톡 소리를 내 노크를 시작한 뽀양.

며칠 뒤 비교적 편하다는 천 카라를 주문해 씌워줬는데... 저 카라를 문에 아무리 부딪쳐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걸 발견한 개의 맨붕한 표정은 정말 코메디 중에 왕 코메디였다.  ㅋㅋ 

인간만 도구를 이용하는 건 아니라는 걸 이 사실로 학습.  ㅎㅎ

현재 뽀양은 엘리자베스 카라에서 해방된 대신 다시 도구가 아닌 앞발을 쓰는 개로 북귀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