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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영상물/기타

떠나간 친구들

by choco 2015. 8. 25.


오랫동안 함께 해온 물건들이 유달리 많이 떠나갔던 정신없는 여름. ​

​내가 중학교 때부터 우리 집에 있었던 오래된 냉장고. 

자꾸 물이 새길래 수리를 했는데도 계속 상태 악화.  너무 오래된 거라서 부품이 없어 더이상 수리가 불가능이란다.  얘를 보내는데 괜히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처럼 마음이 왠지 짠하고 찡하고...  보내기 전날 고마웠다고 인사하면서 안아주는데 갑자기 윙~하고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가 나서 화들짝.  그저 우연의 일치겠지만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했달까?  이럴 때는 원시인들의 애니미즘이 이해가 됨. 

떠나가는 냉장고의 저주인지 마지막 선물인지 모르겠으나... 900리터가 넘는 4도의 최신 냉장고를 사려고 했는데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지 않고 사다리차로 올리는 것도 여러가지 위험부담이 있어서 결국 주문을 취소하고 1/3 가격의 얘랑 비슷한 모양의 2도어 냉장고가 들어왔음. 

내 팔자에 무슨 첨단 냉장고냐... 라고 아쉬워하면서도 익숙한 모양의 친구가 들어오니 뭔가 정신적으로는 더 안정이 되는 기분.  ㅎㅎ

역시 부품이 없어 떠나보내는 삼성 복합기.  삼성은 부품을 너무 빨리 단종을 시킨다.  내 레이저프린터도 부품 하나만 바꾸면 되는데 그게 없어서 10년도 안 된 걸 버린 기억이... -_-;  여하튼 얘를 마지막으로 삼성 오피스용품은 우리 집에서 모두 퇴출.  HP 복합기를 샀음.

이 친구는 팩스 보내는 거 말고는 제대로 작동해서 동네에 나눔을 했더니 누가 잽싸게 가져갔음.  잘 살고 있겠지...

화력이 세서 정말 맘에 드는 가스렌지+오븐도 떠나보내는 줄 알고 철렁했는데 다행히 걔는 살아났다.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함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