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27
러시아의 진수를 맛본 파란만장한 첫날을 어찌어찌 소화한 다음날.
한국을 떠나기 전 일기예보엔 주말 내내 비가 온다고 했는데 다행히 토요일엔 맑은 걸로 바뀌어 있었고 실제로 날씨가 죽여주는 토요일.
우리가 묵은 호텔에서 보이는 풍경. 몰랐는데 아침에 보니 나름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다. 전날엔 너무 힘들고 정신 없어서 역시 몰랐는데 롯데호텔은 위치가 참 좋음. 어지간한 명소와 식당은 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단 날씨가 좋을 경우 한정. 전날 같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는 무조건 막심 택시 부르는 게 현명.
전날 택시를 타고 수없이 지나 다닌 혁명광장. 엄청 먼줄 알았는데 걸어서 10분 내외. 그것도 신호등 기다리는 시간 다 포함해서. 여긴 신호가 엄청 김.
혁명 광장 옆에 있는 그리스 정교회 교회지 싶은데 사진만 찍고 안 갔음.
주말에 열린다는 혁명광장의 재래시장. 제대로 되어 보이는(맛은 안 먹어봐서 모름) 김치랑 짠지 등을 파는 것도 놀랐지만 더더욱 충격은 저걸 파는 사람이 고려인이나 동양인이 아니라 젊은 러시아 남자와 여자였다는 거. 내가 언젠가 러시아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혹시나 들면 멀리 가지 말고 그냥 블라디보스토크 와야겠다. 가깝고 음식도 맞고 딱인듯.
여기 주말재래시장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으나 쇼핑하느라 바빠서 사진은 없음.
설탕보다 꿀이 싸다는 게 인정이 될 정도로 포장은 테러이나 맛은 훌륭한 꿀들이 듬뿍. 가격은 집집마다 차이가 없으나 맛은 차이가 좀 있다. 맛을 보고 사는 거 추천. 더불어 다 러시아어로 적혀 있고 한집은 뜬금없이 한문으로 써놔서 보고는 뭔지 잘 모른다.
우리가 무지 고민했다가 유레카를 한 쇼핑팁을 주자면 초록색은 프로폴리스가 들어간 꿀, 로얄젤리랑 크림꿀은 다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여기는 사과꿀 등 조합꿀은 없고 밤꿀과 보리스꿀이 주종. 밤꿀은 예전에 믿을만한 곳에서 사놓은 게 아직 한통 있어서 보리스꿀과 크림꿀, 프로폴리스꿀만 사왔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두고 온(?) 로얄젤리며 남은 꿀들이 눈앞에 동동. 더 사올 걸. ㅜㅜ
그외 추천 상품은 진짜 밀납으로 만든 초. 역시 쬐끔만 사온 거 후회 중. 비누나 양초 만드는 취미인 사람은 무지막지하게 싸게 파는 밀납 덩어리를 사오는 것도 엄청 남는 장사지 싶다. 그리고 많이 싸지는 않으나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역시나 꽤 싼 잣도 잘 건져왔음. 잣도 시베리아 산하고 ??? 산하고 2종류가 있는데 시베리아 게 좀 더 쌈.
치즈 등 유제품 파는 가게들도 많았는데 다른 집은 다 고만고만한데 한집만 줄이 좍~ 뭔가 특별하거나 맛난 치즈를 파는 걸로 추정이 되지만 말이 통해야...ㅠㅠ 그냥 포기. 훈제나 건조 생선들이 땡겼으나 너무 덩치가 크고 맛을 잘 몰라서 안 샀는데 뭘 사야할지 대충 파악했으니 다음에 가면 그것도 사올 예정.
블라디보스토크의 중심지라는 아르바뜨 거리. 딱 저 골목이 다임.
재래시장 장 본 거 후다닥 갖다놓고 스보이로~ 여기서 유명한 맛집이라는 주마, 수프라, 스보이 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게 참 신기하다. 여긴 뭔가 아늑하고 유럽스러운 분위기. 한국어 메뉴판 있고 한국 사람들 어마어마하게 많이 온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밥부터 디저트까지 다 가능한 다양한 메뉴 구성. 러시아 식당의 특징이지 싶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보이는 풍경. 따뜻하면 야외 자리도 나쁘지는 않을듯.
너무 맛있어 보이는 게 많아서 고민하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킹크랩을 먹어야 한다고 시킨 킹크랩. 여기도 2KG이 넘는 거. 안 보여줘도 되는데 굳이 가져와서 사진 찍으라고. -_-;
2시 반에 마린스키에 발레 예약이 있어서 킹크랩 시킬 때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더니 20분 걸린다고 해서 시켰는데 러시아의 20분은 1시간이라는 걸 전날 수프라에 이어 여기서도 체험.
게 시키면 어디나 수술을 집도할 이런 연장을 준다. ^^
발레 보러 떠나야할 시간이 임박해서 나온 킹크랩. 시간이 여유로웠으면 와인도 한잔 걸치고 했겠으나 빛의 속도로 열심히 먹고 또 먹고. 혹시 체할까봐 소화제까지 먹고 발레 보러 휙~
다행히 전반부가 갈라였고 그 앞 프로그램은 놓쳐도 그닥 가슴 아프지 않을, 사골 중의 사골 레이몬다 결혼식 바리에이션이어서 아쉬웠다. 프로그램 소개에 달랑 불새만 적어놓지 않았다면 1부 갈라 전반부는 포기하고 좀 더 여유롭게 이 킹크랩을 즐겼을 텐데... ㅜㅜ
발레 보고 마린스키 극장을 떠나서 다시 아르바뜨 거리로 돌아와 우흐뜨블린으로~ 머핀을 파는 파이브 어클락이나 도너 케밥을 두고 고민했으나 한국에는 잘 안 파는 크레이프를 파는 곳을 간택. 이곳도 역시 한국어 메뉴판 있고 엄청나게 싸고 맛있다. 맛있다는 바닐라 연유 크레이프와 호두 캐러멜 연유 크레이프에 홍차 2종류. 저렇게 먹고 8천원 정도. 식사용 크레이프도 많아서 다음날 점심도 여기서 먹을까 했었는데....
추다데이, 와인랩, 클레버 하우스에서 그야말로 폭풍 쇼핑을 하고 짐 다 갖다놓고 다시 오그뇩, 혹은 아그뇩(러시아인들은 아그뇩이라고 부르는듯)으로~
이런 문. 예약을 해놨음에도 10분만 기다리라더니 한 30분 가까이 기다렸음. --; 한국말 엄청 잘 하는 러시아 언니 직원이 있다.
기다리는 의자는 무지 편했음.
특이하게 물부터 이렇게 세팅해주고~ 이 물은 그냥 주는 건지 돈 내는 건지 확인한다는 게 까먹었네. 돈 내는 걸 거라는 전제 하에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 마셔줬다. ㅎㅎ
다음날 떠날 거라서 이제 와인도 한잔 시키고~ 글라스 와인도 종류가 엄청 다양하고 가격도 굉장히 합리적이다. 한국이었음 옆 테이블의 다른 사람들처럼 병으로 마셨을 텐데 외국이라 조심스럽기도 하고 또 둘이서 한병 마시기엔 우리도 좀 늙... -_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시켰는데 없어서 칠레 걸로. 맛있었음.
시킨 요리는 훈제생선 모듬. 청어, 연어, 대구, 가자미 등등. 살짝 짠 것도 있지만 대체로 별로 안 짜고 가리비 같은 식감이 나게 희한하게 훈제하고 말려서 맛이 정말 특이하니 술이 술술 들어가는 안주. 이 레스토랑에 전날 왔으면 이날 아침 재래시장에서 훈제 생선을 샀을 것 같다. 공항에도 팔긴 했는데 너무 심하게 비싸서 패스. 다음에 가면 뭘 사야하는지 이제 알겠음.
비트랑 사워크림을 왕창 때려넣은 제대로 된 보르쉬. 흑빵과 치즈도 완전 짱이었음.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서 슬펐다.
블로그에 극찬이 많아서 시켜봤는데.... 그냥 무난한 닭가슴살 구이. 이국적인 음식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선택이지 싶긴 하나... 굳이 여기까지 와서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닭가슴살 구이를 먹어야 할지는 개인의 선택. 이거 말고 땡기는 애들 많았는데 그걸 시킬 걸 하고 동행자인 ㅅ양도 함께 아쉬워했음.
전날 갔던 수프라, 이날 갔던 식당들은 기회만 된다면 다시 가서 다른 요리들도 먹어보고프다. 정말 먹고픈 게 많았는데 입이 두개 뿐이라 아쉬웠음.
이러고 돌아와서 짐 싸고 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