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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안 하던 짓

by choco 2018. 12. 26.

너무나도 열심히 사는 요즘 대학생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겠지만 우리 때는 전공필수를 제외하고 출석을 빡빡하게 챙기는 수업이 몇개 없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자신은 학기 중에 출석을 딱 한번 부르는 데 그날 있으면 전 수업 출석 인정이고 그날 빠지면 출석 미달인 걸로 하겠다는 교수도 있었고 내키는대로 어쩌다 한번 부르는 경우가 다반사.

그러다보니 교양은 제끼고 놀러 가거나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는데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윗학번 오빠는 그야말로 수업 시간에 얼굴 보기가 힘든 양반. 그런데 어쩌다 한번 수업에 들어갔는데 저 위 전설의 그 교수가 딱 한번 출석을 부른 바로 그날이었다는 거. 그런데 정말 열심히 수업을 안 빠지고 듣던 친구 하나는 그날 다른 수업에 반드세 내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놓고 왔던가? 여하튼 집에 다시 갔다오는 바람에 그날 출석이 빵꾸.  -_-;;;  

낭만이라면 낭만이고 또 어떤 의미에서 부조리이기도 한데 희한하게 아무도 항의할 생각도 안 했었다.

저 땡땡이 오빠에게 또 하나의 전설이 있는데 정말 간만에 수업 들어갔더니 그 수업이 휴강이었던 적도. ㅎㅎ

영양가도 없는 옛날 얘기를 왜 길게 쓰냐면 요 며칠 어쩌다 부지런을 떨었는데 부질없었던 저 오빠가 떠오르는 사건(?)을 연달아 두번 겪으면서 그냥 끄적이려고.

올해 안에 아이폰 배터리를 바꾸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11월 쯤에 바꾸려고 했는데 어영부영 여러 일들이 터지고 밀리면서 12월이 되니 앱, 웹, 고객센터 어디를 통해서도 예약이 되지 않음.  12시 땡 치면 들어가도 예약 가능한 시간이 없다고 뜨는데... 정말 다들 매크로라도 돌리나 싶을 지경이었다.

결국 지난 주에 날 잡아 아침에 문 열리는 시간에 땡 맞춰서 갔는데도 38번. 2시간 가까이 기다려 겨우 접수 시키고 나중에 찾으러 가니까 너무나 허무하게 접수 대기자는 18명 정도 뿐이었다.  내가 왜 아침부터 그 부산을 떨었을까...  그냥 나답게 평소 하던대로 느긋하게 가는 게 더 나을 뻔 했음.

그리고 오늘 부친이 콕 찝어서 설화수의 립밤을 좀 사다달라고 하셨다.  평소 내 행적이라면 인터넷으로 찾아보던가 매장 근처에 갈 일이 있을 때 사다 드리겠다고 하겠지만 오늘은 뭔 바람이 불었는지 (아이파크 할인쿠폰과 사은품 쿠폰의 영향?) 바로 가서 사오겠다고 하고 꾸역꾸역 갔더니... 설화수 매장 철수.  ㅜ.ㅜ

역시 사람은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걸 2018년 말미에 새삼 체험.

그냥 지금까지 살아온대로 느긋하게 게을게을하면서 살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혼자 합리화 중이다. 

아마 모처럼 각 잡고 수업 들어갔는데 휴강 중인 교실을 발견했을 때 그 오빠가 나랑 비슷한 결심을 하지 않았을까 싶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