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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손혜원 의원과 목포... 문화재.

by choco 2019. 1. 20.

초반에는 뭐지??? 하다가 중반부터는 어느 정도 내 나름대로 감이 잡히기 시작했는데 그 둥둥 떠가던 내 상념들에 가장 근접한 김용운 기자의 글.

https://www.facebook.com/story.php?story_fbid=2442012665871008&id=100001868961823

아마... 나도 천민자본주의와 투기의 행태에 '에이, 천박한... 이제 먹고 살만하면 고상한 척이라도 좀 하지.' 라는 마인드를 가진 부류인 것 같다. 물론 이건 먹고 사는 걱정은 크게 안 해도 되는 행운을 가진 덕분이긴 하겠지.

솔직히 당장 내 머리 가릴 지붕이 없는데 문화재고 나발이고 뭐가 머리에 들어오겠냐. 그렇기 때문에 60~-80년대의 개발에 대해선 아쉬움은 많이 가져도 욕은 못 한다.

다만 이제는 그런 거 좀 쳐다보고 챙겨도 될만한 걸 넘어, 진짜 몇대가 잘 먹고 잘 살 수준의 사람들이 여전히 그 시절 마인드로 무조건 다 때려부수고 새 거 올리려는 건... ㅅㄴ 등등 여러가지 단어로 오래 전부터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근데 이건 진짜 1990년대까진 현대가 갑 오브 갑. 요즘 삼성이 워낙 다른 걸로 악명이 높아 상대적으로 잊힌 감이 있는데 현대에겐 돈 될 건 역사고 나발이고 없었음. 대통령까지 해먹은 이모씨가 여기 사장일 때 나라에서 다시 사려고 한 명동극장 번개처럼 밀어버린 건 진짜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_-+++ 정말 이 XX만큼 인생 행로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에 흑역사인 인간도 찾기 힘들듯.)

이제는 지켜줘도 충분한, 그 사라지는 것이 얼마나 많고 또 그 과정이 얼마나 황당한지는 내 직업상 마주칠 일이 많다.  취재하다보면 불과 몇년 전까지 존재했던 것이 다 때려부숴졌는데 그 자리에 뭔가 번듯한 게 생긴 것도 아니다. 단지 문화재라던가 그런 류로 지적될 거라는 말이 돌자마자 거기에 뭐 올리지 못 할까봐 잽싸게 때려부서 치워버리는 거. 

가장 최근의 대표적인 기억 중 하나가 현대건설 건너편이던가에 있던 건물. 임시정부 요인들이 귀국해 새 정부 구성 등 여러가지 논의를 했던 굉장히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인데 서울시 지정문화재던가? 뭔가 지정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바로 멸실해버렸다고 함.  올해 임정 100주년이라 그 관련 촬영지들 조사하고 있는데 가슴을 치고 있는 곳이다.  ㅠㅠ 

땅주인 입장에서는 재산가치 0원인 건물 때문에 그야말로 수십 수백억짜리 땅이 홀라당 날아가게 생겼으니 당연한(?) 조치라고 그와 그 가족들은 당당히 주장할 수 있겠지.

이런 곳들이 솔직히 서울에 수없이 많다. 아슬아슬하게 지켜진 곳도 있고 다행히 문화적인 소양과 이해, 또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를 포기할 배포를 가진 건물주가 오히려 지정을 신청해 보호된 곳도 극히 소수지만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정말 존경함. 자자손손 복 받으시라고 빌고 있음)

지방도 딱히 사정은 다르지 않은데... 듬성듬성 기적적으로 겨우 지켜진 건물 달랑 하나가 아니라 유럽의 오랜 도시들처럼 거리나 지역이 통째로 보존되는 걸 이제는 우리도 꿈 꿀 때가 되기는 했다. 그걸 단순히 꿈만 꾸는 게 아니라 구현시켜 볼 능력이 손혜원 의원에게는 어느 정도 있었고 그걸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나도 그렇고 그녀를 이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게 있다면 조금 더 조심스럽고 구설이 나지 않을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인데....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봐도 없긴 함.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별 일이 아니었을 테지만 어쨌든 그녀는 국회의원이니까.

이 나비 효과로 목포는 손혜원 의원이나... 나처럼 이제는 당장의 돈보다 길게 남을 문화유산이나 그런 류의 자산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멋진 결과물이 되기를.

더불어 극히 일부에게만 알려졌던 그 내셔널트러스트란 단어도 좀 널리 알려져서 참여자가 늘어나기를.  목포 시장이나 시민들은 좋아하지 않겠지만 지금 난리 난 그 구도심을 내셔널트러스트로 좀 살려봐도 좋을듯. 시작한다면 나도 동참할 용의가 있다.

하나 더 사족을 달자면 문화재 지정지구로 선정되는 거 지주들은 안 좋아한다. 왜냐면 제약이 너무 많아지거든. 수리비 등 지원금은 좀 나오긴 하는데 내 집 내 담벼락 하나 고치는 데도 콩 놔라 팥 놔라 무지하게 따지고 맘대로 못 한다. 뭔가 돈 되는 근사한 증축이나 신축은 남의 나라 얘기가 되어버리고.  낡은 건물의 가격은 대부분 땅값이지 건물가는 없는 거나 다름없다. 뭔가 옛것을 멋지게 고쳐 써보겠다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오래된 건물이나 집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그걸 헐어내고 그 땅에 편리한 주거 공간이나 이익을 극대화할 새 건물을 올리는 건데 그걸 못 하게 되면... 그 주변 재개발 개발업자들이 손의원에게 피를 토하는 심정도 이해가 가긴 함. (동조는 안 함)

여튼, 이런 공익적인 바람과 별개로 개인적으로... 이 난리에 놀라 혹시라도 불똥(?) 맞을까봐 건물주들이 임시정부나 독립운동 관련 건물 잽싸게 헐지 말기를!!!!  100주년이라고요!!!!  먹고 살 게 없지 않으면 이제는 좀 남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