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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정부 기밀문서

by choco 2019. 5. 25.

외교부에서 3급 기밀 문서 돌려보고 자한당 의원에게 빼주고 한 사건 때문에 난리가 나는 걸 보며 저런 나라 팔아 먹을 xx들이라고 분노하고 욕을 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참 재수도 없구나란 생각도 또.  머리 나쁜 스피커에게 준 바람에 걸려서 그렇지 그동안 여기저기 뿌리면서 안 걸리고 넘어간 일들이 비일비재할 거라는데 10만원도 가볍게 걸겠다.

이건 전해듣고 자시고도 아니라 순전히 내 직접 경험에 의한 결론이다.

외교부 일은 20세기 때 한 게 마지막이니 그쪽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모르겠고, 몇년 전까지 꽤 많은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의 홍보물과 보고용 영상, 교육물 등을 만들어본 경험상, 우리나라 정부 부처의 비밀 혹은 그 기밀문서라는 게 그 등급 분류도 이해 못 하겠고 관리는 많은 경우 개판에 가깝다.

납득못할 기밀 문서의 최고봉은 국방부던가 공군본부에서던가에서 출판했던 책.  정확한 제목은 기억 안 나고 공군의 역사 관련한 그런 책이었는데...   내가 그 책의 내용이 필요하던 당시 시중에 절판이라 홍보물 발주처인 공군에 대여를 요청했더니 기밀문서라고 단숨에 거절.  아니, 님들. 기밀이면 출판 자체를 말아야지 책으로 다 팔아놓고 뒤늦게 무슨 기밀이라고!!!!!  -_-;;;;;   특별히 허가해줄 테니 공군 본부던가 공군사관학교에 와서 내부 열람하라는데 귀찮아서 그냥 안 갔음.

아직 현직에 있는 양반들이 있을 터라 어느 부처인지까진 못 밝히겠고, 꽤 많은 3급 기밀 도장 찍힌 문서 복사본들과 간혹 원본도 나 공부하라고 제공됐었다.  2급 문서도 몇 번 받았던 기억이 남.  외부에 절대 노출하면 안 된다는 주의는 받긴 했는데... 받으면서도 기밀문서라면서 이 양반들이 나를 어떻게 믿고 이런 걸 밖에 돌리나??? 란 생각을 조금은 했음. 

물론 난 내게 돈 주는 곳에 충성하는 올바른 자세의 프리랜서기 때문에 정말 나만 봤고, 일이 끝난 뒤 반환하려고 했는데 담당자들이 그거 챙기는데 관심이 전혀 없어서 피 같은 내 돈으로 가정용 파쇄기를 사서 다 갈아서 버렸다.  그 파쇄기는 작년에 중고로 팔려고 했는데 오래 됐다고 거절 당해서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음.

근데.... 그래서 담당자들이 내게 거리낌없이 돌리긴 했겠지만 그 도장 찍힌 기밀문서들의 내용.... 정말 별 것 없었다. 도대체 왜 이게 3급 도장이 찍혀있나 읽으면서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그냥 기사 짜집기한 수준들이 상당수였고 도장 찍어 보관한 이후 아마도 처음 보는 사람이 나지 싶을 정도인 것들도 많았다.

정보 노출 방지를 위해 과거엔 디스켓이나 CD, 최근에는 usb 꽂는 포트조차 없는 정부기관 컴퓨터들. 지문등록된 사람만 다 기록당하면서 외부로 메일 보낼 수 있는 보안 체계를 갖춰놓으면 뭐 하나 싶은 기밀문서 관리의 현장이었는데... 외교부 사태 터진 거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는 모양인듯.

일개 3D 일용직 프리랜서보다 못 한 상식과 애국심을 가진 외교관들 + 잘 나신 기자출신 의원 나으리.

참 씁쓸하고 한심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