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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파란만장 부엌수리 후기.

by choco 2020. 1. 27.

이제 겨우 정신이 차려지는 느낌이라 주방 수리 과정의 파란만장을 간단 정리.

제 때 아무 말썽없이 순조롭게 들어온 건 김치냉장고 뿐이었던...... ㅜㅜ

1. 가스렌지는 소리가 이상해서 수리하고 교환하고 어쩌고 난리를 쳤는데... 그래도 교환해야 하는 받침대는 바꿨으니 어쨌든 해피엔딩이나... 명절이 낀 바람에 교환한 가스렌지는 아직 우리 집에.  30일날 가져갈 예정.  이것도 2월3일인가 가져간다는 거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뛴 덕분에 그나마 당겨진.

2. 가스렌지 연결할 때 차단 벨브인가 뭔가 낡았다고 누출 감지되는 걸로 교체하고, 기존 거 다시 쓰려던 가스차단기와 화재감지기는 결국 새걸로 다시 설치.  예상하지 않았던 비용이 한 재산 날아갔지만 안전을 위해선 당연한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예전 후드가 제 때 회수가 안 되서 골치 아팠는데 연휴 이틀 전에 가져갔음. 

3. 16일에 도착하기로 한 세탁기가 안 와서 수십년만에 빨래방에 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오늘 세탁기 설치. 근데 기존 빌트인 세탁기에 맞춰져 있던 배수구 때문에 세탁기 위치가 앞으로 엄청 튀어나오는 바람에 가뜩이나 좁은 다용도실이 완전 통조림이 되어 버렸다.  우리 아파트처럼 오래된 곳은 뭔가 하려면 총체적인 개조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으나... 뒤늦은 깨달음.  배수구 자리 정리하고 어쩌고 하기엔 너무 와버렸다.  위시 아이템이었던 트윈워시는 아주 잘 돌아감.  두어달 가까이 지켜보던 최저가보다 30만원 가까이 싸게 샀으니 아주아주 만족. 

4. 철거 과정에서 칼들이 다 딸려가 버려지는 바람에 (ㅠㅠ) 수십년만에 칼을 새로 샀는데 소독기의 물받이가 안 빠져서 교환 요청하고 어쩌고 난리를 쳤으나... 힘 센 사람이 억지로 잡아 빼니 빠져서 그냥 쓰는 걸로.  손잡이 깨지고 오래된 칼들 열심히 갈아서 쓰다가 새 칼들 쓰니 썩썩 잘 잘라져서 좋긴 하다.  그래도... 오래 함께 한 칼들과 인사를 못 하고 보내서 그건 아쉬움.

5. 예정했던 스메그 오븐은 품절이고 언제 들어올지 몰라서 한정 없이 대기 중.  오븐 자리만 비워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언젠가는 들어오겠지.  이러다 삘 받으면 as고 뭐고 그냥 직구해버릴 수도 있고. 

6. 물받이가 엠보싱 처리된 싱크볼에 붙지 않는 등 소소한 실패는 얘기 거리도 안 되는 파란만장한 2주.  이제 넣고 빼는 것도 대충 끝난 것 같다.  커트러리들의 갈 곳과 일단 쑤셔넣은 베이킹 도구들의 자리를 찾아주는 일이 남았지만 얘네는 숨 넘어가는 일은 아니니 그냥 느긋하게.  살다가 불편한 건 또 몇번의 정리가 필요하겠지만 이제는 나도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주방 하나도 이렇게 스트래스 받는데 살면서 집수리하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과업이지 싶음.  살면서는 다시는 못 하겠고 이사나 새집의 수리를 한다면 이번보다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내 부엌살림들.  재작년에 그렇게 많이 버리고 했는데 어디서 또 이렇게 나오는지.  이번에도 꽤 정리하긴 했는데 만약 이사 갈 일이 생긴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정리가 필요할듯....  이렇게 쓰고 있자니 찔리는 게 수리하면서 낡은 프라이팬 2개 버리고 무쇠로 4개 질렀다는 사실.  ^^;;;;  근데 엄청 만족스러워서 후회는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