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 며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웹을 달궜던 원종건.....
영입하고 조국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멘트를 들었을 때 좀 싸~하긴 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친구는 서울대나 소위 SKY에서 촛불 들고 뻘짓하는, 부모의 총력을 다 한 거국적 지원 덕분에 SKY에 입성한 애들과 달리 불평등이란 단어를 입에 올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그럴 수 있지 하고 말았다.
설 연휴 때 터져나온 미투를 보면서는.... 참... 뭐랄까.... 어렵고 힘든 상황을 정말 죽을 힘을 다 해서 헤쳐올라온 저 젊은이가 좀 더 감성적이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까지 갖췄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 폭넓은 공감과 포용은 아주 특별한 예외를 빼고는 대체로 여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많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왜 저랬을까 하는 욕과 함께 안 된 마음도 컸다.
이제 겨우 20대에 정치판에 발 들인 바람에 직장도 관뒀고 대대적으로 치부가 드러났으니 당분간 사회활동이나 경제활동도 만만찮을 텐데 힘들게 수렁에서 빠져올라온 저 아이가 무너지면 어쩌나하는... 오지랍도 떨어지고.
자기 행동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에 대한 인지 자체가 없었지 않았나 싶음. 이건 그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한국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겠지.
부디 이번 일로 크게 깨닫고 반성하며 다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상처가 컸을 그 미투한 여성분도 힘든 시간 꿋꿋하게 버티면서 훌훌 다 털고 꼭 행복해지시길.
2.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해서 인종차별의 굿판을 벌이는 정치권과 언론을 보면서 1920년대 관동대학살이 일본이라서 벌어진 일은 아니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지진 수습을 제대로 못 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불만을 돌리기 위해서 조선인들에 대한 유언비어를 조직적으로 퍼뜨렸고 거기에 부화뇌동한 정신 나간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무참하게 학살한 그 사건을 두고 10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이를 갈고 욕을 한다. 지금 한국에선 그 매체가 좀 더 현대화되고 다양화됐다 뿐이지 가짜뉴스를 통한 유언비어 살포는 혐오를 마구마구 부풀려 바이러스처럼 퍼뜨리고 싶어 몸살이 난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중국이나 중국사람들 그닥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번에도 잊을만 하면 이상한 거 X먹어서 병을 만들고 그걸 수습도 못 하면서 꽁꽁 감춰서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속으로 구시렁거리고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 머릿속에서 한정되는 생각의 자유이지 그걸 밖으로 표출하는 건 다른 문제인데, 그게 컨트롤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고 문제는 그걸 자제시키는 게 아니라 부추기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거.
자주 드나드는 여행 카페도 보면 -여긴 다행히 정신줄 잡은 사람이 더 많지만- 중국인 입국금지 안 시킨다고, 중국인 혐오를 마구 부추기면서 정작 외국에 나가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인종차별 당했다고 열 내는 거 보면 헐!!!!! 자기는 혐오하고 차별해도 되고 내가 당하는 건 안 된다는 건 어디서 가져온 논리인지? 욕하면서 닮는다더니 딱 일본 극우혐한하는 애들 판박이.
"외국인들 눈에는 우리도 중국인들이랑 구별 안 되거든요." 라고 말해주고 싶음. 더불어 각종 ~~맘 카페들 일부 아줌마들에겐 "중학교 생물만 배워도 말 안 되는 거 알겠는 이상한 소리 주워듣고 난리굿하지 말고 제발 공부 좀 해요"라고 얘기해주고 싶음. 한국의 대학진학률을 볼 때 알면서 일부러 저렇게 무식 코스프레를 하나 싶기도. -_-a
중국 상하이 한인회장인가 하는 분이 페북에 쓴 혐오를 혐오한다. 딱 내 심정.
3. 우한 교민 철수 관련해서 자기 동네 오는 거 싫다고 길 막고 늘어선 사람들을 보면서... 세월호 때에 이어 인간의 바닥을 마주하는 아주 싫은 경험을 또 하는 중.
절대 장담할 수가 없는게 세상사인데 언제 저런 상황에 내 가족이나 내가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전~~~혀 안 드는 건지? 이 정도에서도 저 난리인데 진짜 심각한, 공동체의 희생과 동조가 필요한 상황이 오면 세기말이나 지구멸망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를 한국에서 제대로 한편 찍겠다 싶다.
인터넷 상에서도 누가 이런 얘기 하면 너희 동네 바로 근처에 오면 넌 가만히 있겠냐는 반문이 꼭 오가던데, 지금 내 모니터 너머 창밖에 용산 미군기지가 펼쳐져 있다. 호텔과 일부를 제외하고 텅 비어있는 미군 숙소나 건물에 교민들 피신시킨다고 해도 난 그렇구나 하며 조용히 수긍할 의사 100%다.
더 쓰면 욕만 더 할 것 같아서 여기서 총총...
4. 중국 국적 가족이나 반려동물은 철수 제외라서 남기로 선택한 분들도 꽤 있다던데 같은 상황이면 나도 한국으로 안 오고 남았을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든 가족을 두고 혼자 오는 거 쉽지 않지.
우한에 남은 분들 다 무사하시길. 빨리 이 난리가 끝이 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