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 (지은이),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옮긴이) | 솔출판사 | 2007.1.10-14
서유기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들이 모인 6권이다.
이들의 여정을 다룬 만화나 영화에서 거의 빠짐없이 언급되는 삼장법사 유혹 사건과 저팔계, 삼장법사의 임신 사건. 그리고 홍해아의 부모 나찰녀와 우마왕이 등장하는 얘기까지.
가장 길고 험난한 모험 중 하나인 파초선으로 산의 불을 끄는 나찰녀와 우마왕이 얽힌 사건은 6권에서 끝나지 않고 중간에서 잘려 있다. 화장실용으로 비치한 전집은 꼭 거기서만 읽겠다는 결심이 잠깐 흔들했을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의 진행~ 환타지란 바로 이런 것이란 걸 보여주는 게 이 서유기이지 싶다.
현대 무협이나 환타지 작가들이 갖고 있는 완벽한 주인공에 대한 정형성에서도 벗어나 있음에도 각기 매력이 있고. 어릴 때 읽었던 수많은 손오공 얘기 중 한번은 나왔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기억에 없었던 신선한 얘기는 손오공이 다시 한번 쫓겨나고 그 와중에 가짜 손오공의 등장하는 에피소드.
4권부터 손오공이 삼장 법사의 멍청함을 참아주는 것이 바로 도를 닦는 일이다 싶었는데 6권의 이 에피소드에선 정말로 그렇다. 그리고 동시에 서유기의 저자 오승은이 인간의 본성과 그 표출하는 형태에 대해 상당히 심도 깊은 이해를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잊혀진 이벤트지만 현대에서 갤로퍼를 출시했을 때 현대의 스폰서로 '해를 따라 서쪽으로'라는 특집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미 돌아가신(?) 김찬삼 교수와 방송팀이 갤로퍼 2대인가 3대를 갖고 실크로드를 짚어가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인데 거기에 갔던 감독님과 태국에 같이 출장을 갔었다.
한 20여일 정도고 다들 무난한 성격이라 부딪치는 것 없이 즐겁게 갔다 왔는데 그때 밥을 먹으면서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했던 감독님이 그때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曰 "짧은 기간이니까 이렇게 화기애애하지. 서로 매일 같이 있으면 서로 바닥까지 드러나서 인도쯤에선 한동안 서로 얼굴 보기 싫어서 밥도 각자 흩어져서 먹었다." 물론 그 단계를 거친 이후 다시 화해가 성립이 되어서 몇달에 걸친 그 일이 무사히 끝이 나긴 했다는데...
6권에 가짜 손오공이 등장할 때쯤 서로가 서로를 지겨워하고 쌓인 게 부글거리는 심리 묘사를 보면서 그 얘기가 떠오르고 사건이나 상상력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고찰에 관한 감탄을 처음으로 했다.
요약본이 아니라 전체를 읽어나가는 즐거움이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다. 현재도 즐겁게 7권을 읽고 있음. 그리고 어제부터는 외출용으로 다른 책 하나 시작. 그것도 반 정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