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리코 | AK(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 2001. 3.4~5
일과 관련된 목적이 있는 독서는 지겨운데 취미와 관련된 독서는 내 취향에 근접한 책들을 골라서 읽을 수 있어서 그런지 재밌고 술술 잘 읽어진다.
예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본 관광객 도슨트(던가?) 자원봉사를 한 지인 曰 가장 집요하고 무서운 오덕은 일본인들이라던 말이 떠오르는 책. 뭔가 하나에 빠지면 집요하게 파고 들어서 한국 박물관에 뭔가 주제를 갖고 찾아오는 일본인들은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 실수할까봐 무지 신경 쓰인다던데 그런 집요함의 결과가 바로 이런 책이지 싶다.
내가 팔로잉한 트위테리언 중에 빅토리아 시대에 꽂혀서 그 관련 복식이며 풍습, 유명인 등등을 열심히 타래로 올려주는 사람이 있다. 만약 그걸 안 보고 있었다면 여기 내용의 상당수는 오~오~오~ 하면 봤겠지만 일단 거기서 대충 본 내용들이 교차 검증되는 즐거움도 있고, 트위터의 한계로 잘리는 내용들이 조금 더 깊이, 그리고 소소하게 들어가 있어 그런 부분들도 재밌다.
자료가 된 책들이 빅토리아 시대에 유행했던 에티켓 서적들과 그 일부를 엿볼 수 있는 문학작품들이 되다보니 소위 하이 소사이어티 내부의 아주 디테일하고 내밀한 풍습까지는 찾아내기 힘들겠지만 이 정도면 국외자의 호기심을 채워주기엔 충분하다.
더불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마미가 스칼렛에게 했던 잔소리며 스칼렛이 첫 남편을 잃었을 때 상중 의상이며 예절에 대한 긴 묘사의 출처도 이제는 확실하게 알겠음. 마가렛 미첼은 빅토리아 시대의 에티켓 서적에서 스칼렛이 살던 1860년대 당시 상복이며 과부의 올바른 자세를 찾아내 옮긴듯.
여자에겐 참으로 재미없고 갑갑한 시대였겠다.
잘 읽히고 자료로서 가치도 충분함~ 즐거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