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인문(국내)

하늘의 자손, 고구려의 왕과 왕자들

by choco 2021. 6. 16.

김현숙 |  동북아역사재단 |  2021.6.?~14

 

요즘 삘 받은 고구려 책 읽기 중 하나~ 

얇고 작은 문고판 책인데 오랫동안 고구려 한우물을 파 온 전문가의 책이라 그런지 굉장히 알차다.  

이건 취향의 차이일 수도 있는데, 난 이런 류의 교양서에 작가의 상상력이 주가 되고 양념이 팍팍 쳐서 ~~~ 이야기가 되는 걸 아주 싫어한다.  교양역사서에서는 자료를 기반으로 한 추론 정도에서 내용이 오가야지, 문학이나 픽션에서 펼쳐야할 무한한 상상력은 절대 사양.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완전 내 취향이었다.  

고구려의 시조와 동명성왕=주몽왕부터 시작해서 태조, 광개토, 장수왕, 문자명왕 등 유명한 왕들의 역사적인 사건들은 너무나 잘 알려진 내용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문가가 자료검증해서 정리해주는 느낌이었고, 후반부 왕자들의 얘기에서 조다 태자와 흥안태자의 얘기는 잘 몰랐던 내용이라 아주 흥미로웠다. 

춘향전의 원형이라고도 하는 한씨 미녀의 설화.  그 고난을 다 이기고 겨우 결혼을 했는데 정작 그 안장왕은 겨우 2년 뒤에 피살되다니.  왕후가 된 한씨미녀(저자는 실제 역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긴 하지만) 의 행복은 너무 짧았구나. 아마도 왕처럼 비명횡사했거나 살아남았다고 해도 남은 생은 녹록치 않았을듯. 

다른 저자들의 고구려 책들을 읽으면 또 어떤 견해가 더해질지 모르겠지만 (인문학의 즐거움은 같은 사안을 놓고 어마어마하게 다른 의견들이 나오는 거) 김부식에 대한 오해랄까, 부정적인 평가가 이 저자의 설명에 의해서 아주 조금은 덜어진 게 수확이라면 수확.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의 내용이 부실한 건 김부식이 신라계라는 이유 때문에 아니라 당시에도 이미 고구려 역사책이 거의 없어서 부실한 자료를 달달 긁어모은 게 삼국사기라는 게 저자의 의견이다. 

광개토대왕비에 기록된 내용 이후 중하반기 고구려 역사가 사실상 텅 비어있는 건 사실이긴 한데...  몽골의 법전이 한국에서 발견된 것처럼 북한이나 한국 어딘가에서 고구려에 관한 책도 기적처럼 나타나면 좋겠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고구려에 유기랑 신집이 발간될 때 그거 몇질 훔쳐다가 안전할 곳에 좀 묻어놓고 오고 싶음.  

요즘 책에 드물게 책끈도 달려있고 술술 잘 읽히고.  여러 모로 내 취향의 책이었다.  즐거운 독서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