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 Tea 홍차교실 | AK 트라비아 북 | 2023.4.22~28
벽돌을 하나 끝내고 나니까 300쪽 정도인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 같은 책은 너무나 가볍게 느껴지는 착시 효과로 순식간에(? 까진 아니고. 한참 읽어내리던 옛날 같으면 정말 하루거리 ^^) 끝냈다.
AK 트라비아 북은 내용에 오류가 많다고 전문적인 독자층에겐 열심히 씹히고 있는 것 같은데 별다른 깊이를 요구하지 않고 원하는 주제를 몰아서 가볍게 읽고 싶은 -나같은- 독자에게는 괜찮은 선택이지 싶다. 대놓고 창작자를 위한 자료책이라고 마케팅을 하던데 이런 시대 배경으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넣고 싶은 사람에게는 여기저기서 파편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어주는 훌륭한 선택지가 되겠고.
각설하고, 이 책은 이저벨라 비튼의 예법서를 중심으로 빅토리아 시대 중산층의 생활 규범을 소개한 책이라고 정리하면 될듯. 빅토리아 시대사를 보다보면 빠지지 않는 이름이 이저벨라 비튼인데, 남편의 잡지에 글을 쓰다가 한세기 이상 스터티셀러가 된 중산층 여성 예법서를 쓴 그녀의 짧은 삶과 그녀의 영향력, 그녀가 살았던 시대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어릴 때 엄마가 보던 여성동아며 여성중앙 등등 부인 잡지에 빠짐없이 등장하던 요리법, 정리법, 자녀교육법, 고부관계 조언, 명절이나 행사 때 예절 소개의 한세기 전 영국판이라고 할까...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란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다.
이런 느낌과 별개로 책의 내용은 빅토리아 시대 중산층 가정이 어떻게 먹고 자고 입고 교류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쏠쏠하게 얻을 수 있다. (이 정보의 진위 여부는 여러 시점과 시각의 다층적 독서를 하지 않아서 검증은 불가능)
이 책에서도 예시로 몇번 등장하지만 찰스 디킨즈의 소설이 떠오르는 장면이 많았다. 데이비드 커퍼필드 정말 재밌게 읽었었는데... 데이비드 커퍼필드가 양지라면 빅토리아 시대의 음지를 다룬 올리버 트위스트는 어린이용 동화책으로만 봤는데 완역본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일본을 다룬 책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이 시리즈를 읽다보면 일본인들의 식민지 패권을 차지한 제국주의 영국에 대한 사랑은 정말 광적이라는 생각이 듦. 어쩌면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런 사랑이 가능할 수 있는 거겠지.
피지배층이고 피식민지 주민의 후손이라는 걸 항시 자각하는 입장에서 강자의 약자 지배, 빈부격차와 신분제를 옹호하는 제국주의 시대에 대한 동경을 만날 때, 문화로 즐기는 것과 별개로 기분이 깔끔하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