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준 | 한국문화사 | 2023.6.29~7.3
근대 영국의 주류 소설은 일상 생활을 다루며 일상적 사실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는 사실주의적 작품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오?! 하면서 내가 읽었던 -그리 많지는 않은, 살아남아 한국까지 온- 영국 소설들을 떠올리니 동의할 수 밖에 없다.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주류 영국 소설과 조금은 다른 궤라고 분류하고 있음.)
영국 소설은 당대 사회의 배경과 맥락, 특히 상속이나 소비와 같은 세속적이고 상업적인 특징을 갖고 있기에 '재산권의 풍경'이라고 명명했다는데 이 책의 저자가 언급한 소설들, 언급하진 않았으나 내 머릿속에 있는 영국 소설들을 떠올리면 상당히 많은 내용이 의식주와 결혼, 돈(상속, 지참금, 사기, 임금 등)을 놓고 벌어지는 일들이라 납득하게 된다.
기후, 인구, 도시, 결혼, 음식, 직업, 출판시장 등 10개의 장으로 나눠 거기에 해당되는 소설과 그 사회 배경, 에피소드들을 소개해주는 형식인데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당대 사회를 보여주는 도표들이 많아서 정리가 잘 됨.
어릴 시절에 동화나 소설을 읽을 때 집안 풍경이나 무엇을 먹는지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고(로빈슨 크루소. ^^) 조금 커서는 주인공들의 직업이나 장래성, 수입 수준(제인 오스틴이나 브론테 자매의 소설)을 습관적으로 머릿속으로 그렸다. 경제적인 곤경에 처하거나, 처하기 직전의 주인공을 보면서 암담해했던 습관이 지금도 남았는지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내게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화끈한 살인, 불륜, 전쟁보다는 인간 관계, 연애와 결혼을 다루는 일들이 많았기에 내가 읽은 소설의 상당 부분을 영국 소설이 차지하고 있지 않았나 싶어짐. 프랑스 소설들은... 뭐랄까... 내게는 좀 감당하기 힘든 감정적인 격랑을 선사해주는 전개와 결말이 많았다. 테스 같은 걸 제외하고 안온한 결말이 상당수인 영국 소설이 내게는 좀 더 편했던 것 같다.
좀 더 길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알찬 내용으로 꽉 찬 즐거웠던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