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이럴 때는 참 고마운 존재.
오전에 엄청 잘 친, 우승후보인 연주자가 있는데 어영부영 놓치고 2시부터 듣고 있다.
무대 위에서 어마어마한 부담감을 이겨내고 너무도 유려하게 여러 작품을 연주하는 연주자들 보면서 까마득한 수십년 전의 내가 어떻게 저걸 할 수 있었을까 신기함. (저렇게 잘 했다는 소리는 절대 아님. ^^) 지금은 사람들 앞에서, 실수없이 암보로 여러곡을 연주한다는 상상만으로도 몸이 오그라드는데...
저렇게 영롱한 연주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름을 남기거나, 아니 그 정도도 아니고 음악으로 밥을 벌어먹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어설픈 재능과 더 어정쩡한 노력으로 그 안에서 굴렀던 경험 때문이겠지. 그래도 완전히 떨어져나오니까 아무런 감정이나 스트레스 없이 음악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건 참 좋다.
윤이상이 우리 악기를 위해 작곡한, 진짜 욕 나오게 어려운 그 곡을 한번쯤 제대로 연주해보고 싶었는데 그건 끝내 못 했네. 그때는 왜 이렇게 어렵게 썼냐고 윤이상 선생을 욕했는데 지금은 내 능력이 문제라는 걸 순순히 인정함. 투자한 시간과 노력, 비용을 하나도 회수하진 못했지만 충만하고 정교하면서 아름다운 세계가 있었고 그걸 발가락 끝으로나마 체험하고 맛 봤던 것만으로도 굉장한 행운이었다.
오늘 본선에서 연주하는 사람들 모두 행복하게 음악하길~ (좀 전에 라흐마니노프도 좋지만 지금 연주하는 윤이상 곡 정말 좋다~ 곡의 구성이 완전 내 취향! ) 15살인가에 우승한 임윤찬처럼 번쩍거리면서 그 길로 죽 나아가도 좋지만 혹시 한계에 부딪쳐 떠나더라도 그 앞길에 축복이 있기를 빈다.
지금 내 공간을 채워주는 아름다운 음악에 내가 할 수 있는 보답은 이런 기도 뿐.
너무도 사랑했던 고향 통영과 조국의 상처받았던 용, 윤이상 선생님도, 윤이상과 20세기 음악 세계를 내게 열어주신 강석희 교수님도 저 위에서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