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크루즈에서 배운 단어.
크루즈란 곳이 절대 사람이 심심하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갖고 매 시간 곳곳에서 이런저런 행사를 엄청 하는데 매일 밤 LGBTQIA+ meeting & greeting 이 열렸다. (근처 다른 공간에서는 솔로들을 위한 meeting 모임도 당연히 열리고. ㅎㅎ)
매일 도착하는 크루즈 행사 안내문을 볼 때마다 LGBT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저 뒤에 딸린 건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찾아보니 Q는 자신의 성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
I는 한몸에 남녀 성기가 같이 있는 상태인 사람.
A는 성적 충동이 없거나 성적 매력을 주지도 느끼지도 않고 성적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
+를 보면서 나같은 헤테로가 와도 괜찮단 얘긴가 했는데 그건 아닌 모양. ㅎㅎ
여튼 배의 한곳에선 저런 모임이 매일 열리고, 비슷한 시각 식당 내 옆자리에선 마주보며 손을 꼭 맞잡고 식전 기도를 올리는 부부가 존재함. 그 모습이 좀 묘하고 이채로우면서도 왠지 마음이 평화로웠다.
그 얘길 친구에게 했더니 걔 曰 "게이 부부가 경건하게 손 마주잡고 기도하는 것도 봤어." 라고. 한국 교회였으면 당장 때려죽이겠다고 달려나올 텐데... 교회는 저래야 하건만.
각기 아는 퀴어 친구들 얘기하다가 오래된 기억이 불쑥. 학원 친구 하나가 대학생이 된 뒤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밝혔었다. 걔는 굉장히 고민한 뒤 얘기를 했겠지만 "그래? 그렇구나."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그러려니~
우리는 어릴 때부터 황미나 쌤과 김혜린, 이정애 쌤에게 너무도 아름다운 시각 자료로 조기 교육을 받은 세대라 동성애에 편견을 갖지 않지. 근데 정작 그 만화를 열심히 볼 때는 그게 동성애인지도 모르고 그냥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했다는. ㅎㅎㅎ 지금 생각하면 의문인 게 그때 키스 씬에 입술 붙이면 꽃으로 가리게 할 정도로 빡세게 단속하던 심의위원회가 동성애 코드에는 왜 그렇게 넉넉하고 유연했는지 모르겠다.
의식의 흐름이 튄 김에 또 하나의 기억을 끄적이자면, 한 십여년도 더 전에 고등학교 동창 남자애 하나가 커밍아웃을 했다(고 한다). "걔가 게이였대." 라는 말을 들은 내 반응은 "맞아. 걔는 그런 것 같았어." 였음. 그 소식을 전해준 친구가 깔깔 웃으면서 자기도 걔의 커밍아웃 소식을 들었을 때 똑같은 반응이었고 그 얘기를 들은 동창들 모두 비슷했다고 함. 그럴만도 한 게, 그 동창은 너무도 조신하고 여리여리했었다. 졸업하고는 한번도 본 적 없지만 부디 행복하기를 멀리서 기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