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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국내)

한문이 말하지 못한 한국사

by choco 2024. 7. 7.

 장지연 |  푸른역사 |  2024. 6.3~18

 

오오! 아아!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르다보니 느낌이 다 달아나버렸다.  역시 책은 다 읽은 직후에 감상을 써야 하는데... 게으름이란 무엇인지. 

일단 초반에 작가가 언급한, '우리가 얼마나 과거를 이해하지 힘든지' '우리 자신이 아주 특이한 사람들이라는 걸인식하는 것은 역사를 대할 때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은 이 책 뿐 아니라 모든 독서와 다른 문화나 사실을 대하는 올바른 방식인 것 같다. 

한글 이전의 우리 기록 표기에 대해서는 국사책에서 이두, 향찰을 한줄로 지나가면서 배웠다.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아들 설총=이두. ^^   그 이두와 향찰은 그냥 한문을 이용해서 우리 말을 기록하는 방식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얼마나 복잡하고 오류가 많았을지에 대한 상상도 이 책을 통해서 하게 됨.  자기가 써놓고도 나중에 이게 뭔 소린가 헷갈렸을 정도라니... 삐삐 시대의 숫자로 보내던 그 메시지의 좀 더 다양한 버전이었겠지?  

세종대왕님의 위대함과 그분에 대한 고마움은 이렇게 글을 쓸 때마다 느끼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좀 더 체계적이고 심화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한글 덕분에 얼마나 많은 기억이 보존되고 여기까지 전해졌을지. 당연했던 다양한 사투리 표기가 사실은 훈민정음, 한글 덕분이라는 것도.  한글이 창제되고 퍼져나가면서 바뀐 사회 전반의 모습들도 자주 접하지 못했던 시각이라 흥미로웠다. 

얇지만 알차고 재밌었던 책.  

책 내용과 좀 별개이긴 한데, 서문에 저자가 다큐나 드라마 고증 검토 받았을 때 꼼꼼히 해주면 한숨 쉰다는데 이 드라마적 상상력에 대해선 나도 좀 불만이 있는 터라 웃음. 근데 드라마야 그렇다고 치지만 다큐는 응????  다큐멘터리 피디와 작가들이 그랬다면 그건 완전 자격 미달인데?

오래 전에 '동이'라는 드라마가 막 시작하던 당시 난 조선 건축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막 마쳤을 때였다.  그 고증과 지식들이 머리에 다 남아있는 상태에서 동이 초반 건축 장면에서 목수들 보면서 몰입이 깨져버렸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조선에 일본식 끌대패가 일반화되어 대패질을 할 때 앞으로 당긴다. 하지만 조선 전통 건축에서 밀대패를 쓰는 게 원칙.  현재 현장은 어떤지 모르겠으나-아마도 끌대패일듯- 조선 숙종 때 건축 현장의 목수라면 반드시 밀대패를 써야하는데 거기 목수들이 끌대패질을 하고 있으니... tv 껐음.  내가 이럴 정도니 관련 전문가들은 정말 괴롭겠지 싶다.  아마도 내가 방송국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 안 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