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에 필 받아서 구입한 도교 관련 서적 중 하나다. 3월 초엔가 읽기 시작한 걸로 기억하는데... 그동안 갑자기 다른 책들이 땡겨서 잠시 밀어놨다가 오늘 새벽에 끝을 냈다.
휙휙 하늘을 날아다니는 동양적 판타지의 원류나 진원지로서, 아니면 나 같이 세속적인 인간은 도무지 근접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철학으로서 극과 극의 얼굴을 갖고 있던 도교의 한 부분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잔스추앙은 도교 수행으로 건강을 되찾으면서 학문으로서 도교에 진지한 접근을 시작했고 그리고 그 도교란 종교 안에서 여성의 위치와 역할 등에 관해 본격적으로 파고든 학자인 모양인데 체험자로서, 학자로서의 접근이 절묘한 균형 감각을 이뤄서 비교적 쉽게 다가오도록 한다.
모계 사회에서 절대자인 여신으로서 여성이 남성 위주 사회로 바뀌면서 도교라는 어느 정도는 신비주의적인 색채를 띈 종교(저자는 도교를 사상이나 철학이 아니라 종교로 규정짓고 있음)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추앙 받는지, 그리고 여성 수도자들의 위치와 야담성 기록, 수행법까지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생리학적으로 남성과 구분되는 여성의 수행법. 붉은 용을 베다라는 그런 방식은 처음 접하는 거라 흥미진진했고, 영웅문 시리즈에 등장했던 왕중양과 그의 7대 제자들을 역사성을 가진 실존 인물로 발견하는 것 역시 생각지도 않은 즐거움이었다. 무지 꼬장꼬장 재수없었던 그 손불이 할망구가 도교의 일파를 창시한 대표적인 여도사 중 하나라니. ㅋㅋ
20대나 10대 소녀의 얼굴로 수백년을 살았다는 양생법 등은 내 상식으로는 실상 좀 허무맹랑하긴 하지만 도 닦는 사람들이 세속에 찌든 사람들보다 덜 늙는 것은 사실이니 도교 수행법이란 게 아주 무시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자료로서나 재미로서나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사기(?)칠 수준이 되려면 앞으로도 꽤 많이 읽어줘야겠지만 입문서로서 충분히 만족~
책/인문(국외)
도교와 여성
잔스추앙 | 창해 | 2007.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