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홍차 브랜드 로네펠트의 홍차. 홍차 이름을 액면 그대로 해석을 해보자면 '겨울 요정 이야기'. 살짝 의역을 하자면 '겨울 동화' 정도가 되지 않을까?
꽤 오래 전에 교환을 해놨던 홍차인데 알미늄에 밀봉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내버려뒀다가 어제 개봉했다. 아무래도 이름상 우중충한 겨울날에 딱인 것 같아서 겨울의 끝자락을 잡는 것 같은 날씨에 어울린다는 것이 이유.
이름을 봤을 때부터 대충 생강, 계피 등등 겨울용 홍차 블랜딩에 빠지지 않는 애들이 들어가 있으리라 짐작을 했고 뜯어보니 역시나다. 군데군데 보이는 말린 생각 조각들. 찻잎들은 완전한 OP까진 아니지마 OP급인지 대체로 부스러짐 없는 큼직큼직한 사이즈. 블랜딩한 재료들도 그렇다.
이런 경우는 느긋~하게 우려주는 게 필수. 찻잎을 포트에 넣어두고 잠시 딴짓을 하다가 찻잔에 따랐는데도 빛깔이 연~하다. 오렌지빛을 띈 것 같은 그런 연한 수색. 맛도 살짝 밍밍하달까. 조금 더 우린 다음에 따르니 진해지긴 했는데 향기에서 풍기던 그런 강력한 포스는 맛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물에 비해 찻잎의 양이 적었을 수도 있겠지만.... 꽁꽁 얼도록 춥고 음산한 유럽의 겨울날, 몸속에 가득한 냉기를 확 녹여줄 것 같은 그런 뜨겁고 화끈한 느낌은 왠지 나지 않는... 그냥 부드럽고 따뜻한 한 잔의 차랄까.
기대했던 것에 비해선 아주 살짝 실망. 어제 털어넣은 게 모두라서 재시도는 불가능. 해외구매대행이나 교환, 나가서 직접 사오는 것 말고 로네펠트를 국내에서 접하긴 쉽지 않으니 교환을 노려보거나 다음 기회에~ 특별히 내 돈주고 열시히 구해봐야겠다는 열정까지는 나지 않는다.
그래도 후일을 대비해서 한가지 기록을 해두자면 천천히 우러나는 만큼, 느~~~긋하다 못해 잊어먹고 있을 정도로 우려도 별로 써지지 않는다. 막판에 한잔은 깜박 잊고 있다가 한참 뒤에 마셨는데도 살짝 씁쓸해졌지 탕약이 되어 있지 않았다. 이건 아주 중요한 장점임. ^^
쓰는 김에 살짝 덧붙여서. 이마트 안에 있는 저렴한 빵집에서 파운드 케이크 등등이 싸갈래 호두 파운드를 하나 사왔는데 옛말 그런 거 하나도 없다.
역시 싼 게 비지떡.
재료를 대량 구매해 박리다매로 파는 것이니 싼가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라 넣어야 할 재료를 마구 생략한 원가 절감으로 인한 가격인하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이렇게 싸구려 향신료로 범벅한 파운드 케이크 맛을 봤다. 내가 만들어 먹거나 제 돈 주고 사먹어야겠다. 싸다고 혹하지 말고 다들 피해줌이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