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두번째 작품으로 추정되는, 유명한 말괄량이 길들이기. 다 읽은 건 지난주인가 지지난주인데 게으름으로 늦어졌다가 이제 겨우 간단 감상 기록.
이 작품에 대한 첫 기억은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출연한 영화. 지금이나 그때나 얼굴에 털 키우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 하는 관계로 페트루치오에 대한 기억은 별로 좋지 않으나 캐더린 혹은 카트리나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보면서 어린 마음에도 저렇게 예쁜 사람이 있구나~ 황홀했던 기억이 남. 그래서 수염 난 남주에게 더 분노(?)했던 것 같다.
그리고 셰익스피어 이야기 등 어린이용으로 편집한 책을 읽었다가 진짜 말괄량이 길들이기 희곡을 잡았을 때 설명 하나 없는 그 대사의 향연에 충격 받았던 것도. 호머 이야기로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를 접했던 어린이가, 헬렌이며 파리스의 얘기 하나도 없이 그냥 분노하소서~ 로 시작된 진짜 일리아드를 만났을 때 받은 충격과 거의 흡사한 강도였다고 생각함.
여하튼 거의 30-40년 만에 셰익스피어를 각 잡고 읽는 것 같은데, 빠르게 바뀌는 시대를 다 경험해 나름 수용의 영역이 넓다고 하부하는 내게도 셰익스피어가 갖고 있던 사회상, 여성상은 좀 많이 거시기하긴 하다. 지금 2030 여성에게 셰익스피어를 읽으라고 하면 아마 책 찢어버리거나 태워버리겠다고 펄펄 뛰지 않을까도 싶음. 😅
그런 부분을 흐린 눈 해가면서 읽을 수 있다면 유머와 위트, 재기발랄함에 정말 감탄하게 됨. 이미 클리쉐가 되어 예측이 되는 전개임에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런 매력 요인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었을 테니 조악한 분석은 생략하겠음. 나를 한정해서 보면, 어릴 때 셰익스피어를 읽을 때는 스토리에 흥미를 느꼈는데 지금은 당시의 사회상과 풍습을 현대와 비교하면서 그 변화된 부분을 찾는 재미가 더 크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고 이런 인물을 창조해낼 수 있는지 뒤늦게 존경 중. 더불어 슈트트가르트 발레단의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