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일교로 난리인 걸 보면서 통일교에 대한 (전혀 별 것 아닌) 기억들 간략 정리.
1. 미국에 어학연수 갔을 때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Mr Moon을 아니?" 라는 외국애들이 간혹 있었다.
무슨 미스터 문? 한국에 문씨 엄청 많다. 그렇게 말하면 놀라면서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해주는데 한참 뒤에야 그 미스터 문이 문선명 씨라는 걸 알았음. 그때 같이 공부하던, 문씨였던 애는 미국에서 문선명 친척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고 함. ㅎㅎ 한국에선 이단 교주로만 알고 관심 밖의 인물이라 외국에선 유명하구나 놀랐었다.
2. 하도 오래되서 뉴욕인지 워싱턴인지 명확하지 않은데 여하튼 그 두 도시 중 한 곳에 통일교 귀족 자녀들이 많이 가는 대학이 있었다. 거기에 재학하던 친한 친구가 통일교 애들하고도 많이 친해져서 같이 잘 놀았는데 그쪽의 계급 체계는 신라 골품제도 뺨 친다고 함.
문선명이 통일교 만든 시대에 입교한 사람들의 가족은 보통 3대에 걸쳐 자기들끼리 결혼한 성골이나 진골이고, 부모나 자기 당대에 입교한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믿고 올라가도 6두품. 결혼도 같은 골품(?)끼리 하는 게 일반적이라 거기서 성골인지 진골과 눈 맞은 일반인이 입교까지 했으나 결국 결혼 못 하고 헤어진 적도 있다고. 둘이 같이 살겠다고 사랑을 위해 다 버리고 떠났지만 곱게 자란 성골 도련님인지 아가씨는 돌아온 탕자가 되어 같은 성골과 결혼하는 엔딩으로 끝났다고 함.
3. 이건 통일교와 사대문 안에 있는 유명 교회의 에피소드인데... 2008년인가 문선명 일가가 탄 헬기가 추락해서 구사일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지금은 남편과 외국에 사는- 친구가 놀러왔는데 너무나 뿌듯+아쉬워하면서 자기 교회에서 사람들이랑 가평에 땅밟기를 하러 갔는데 그 영험(? 뭔가 다른 단어를 썼겠지만 내게는 이게 더 적합하게 들림)으로 문선명이 벌을 받아서 추락했다. 좀 더 제대로 했었어야 하는데 기도가 모자라서 살았다. 는 요지의 자랑을 했었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해도 친구를 앞에 두고 그걸 지적하는 건 사회적 인간이 아니니 "그렇구나." 하고 끝났고, 내가 궁금했던 건 땅밟기가 무엇인가??? 였었다. 그 궁금증은 나중에 풀렸는데 대충, 자신들은 정화, 혹은 축복이라고 주장하고 객관적인 3자의 시선으로 볼 때는 저주를 하는 의식.
통일교에 대한 호감은 1도 없지만 개신교에 대한 호감은 그래도 좀 남아 있었는데 그걸 털어먹는 대화였다. 한마디로 도찐개찐.
4. 친한 감독들이 통일교 쪽이랑 연결이 있어서 선문대랑 청심 요양원 홍보물을 한 적이 있는데 책임자급 갑님들이 굉장히 젊고 진상도 없었다. 아마도 통일교 진골이나 최소 6두품 일가이지 않을까 짐작됨. 솔직히 교회 재단보다는 여기가 말도 잘 알아듣고 결정적으로 돈도 더 잘 줬음.
무슨 성경 관련 재단이던가 연구소던가??? 개신교 단체 일은 국방부 모 대령과 함께 내 워스트 오브 워스트 2인방. 자기들이 ok하고 검수한 것도 다음 회의 들어가면 딴소리하고 완전 난리도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음. 돈은 당연히 많이 안 주고. 교회는 뭔가 자기들에게 봉사를 해야 한다는 마인드라 정말 짬. 그 프로젝트 초반에 하던 작가 하나가 만세~ 부르고 튀었다고 했을 때 짐작했어야 했는데 폭탄 제거반으로 투입된 거였음. 친한 감독 때문에 끝까지 참고 하긴 했는데 그 이후 개신교 관련 일은 절대 안 함.
얘기가 샜는데, 통일교에 관한 가장 오래되고 나름 특이한 경험이랄까 했던 일의 기록.
** 주의. 절대 따라하면 안 됩니다!!!!
중2병이란 단어가 없을 때지만 내 중2는 요즘 애들의 ㅈㄹ맞음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던 것 같다. 통일교와 나의 첫 만남은 중학교 1~2학년 경으로 추정됨.
당시 이모가 살던 동네에 통일교 교회가 있었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이모댁에 놀러간 이 질풍노도의 철없는 중2병 환자는 통일교 교회의 예배인지 모임인지를 구경하러 갔다. 적당히 뒤쪽에서 통일교 집회(?)를 구경하고 있는데 저 앞에 선 목사 역할을 하던 양반이 갑자기 나를 정확하게 가리키더니 "사탄아 물러가라!"를 외침. 당연히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이자 처음엔 '나???' 하다가 왠지 나가야할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에 그 통일교 교회를 나왔다는 간략한 엔딩인데... 당시엔 정말 신기했었다.
어떻게 내가 자기들 신자가 아니고 구경꾼인 걸 알았을까? 정말 내 머리에 사탄이 앉았었나? 잠깐 고민도 했었다. 친구들에게 이 무용담을 신나게 얘기해주면서 우리 모두 신기해했었지만 이제는 알겠음. 개신교 부흥회의 전형적인, 방언과 통성기도 등등의 그런 열렬한 분위기였는데 모든 권위에 반항하고 삐딱하던 중2는 홀로 삐딱하게 그 꼬라지를 구경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눈에 확 띄었겠지.
어릴 때는 놀라고 신기한 경험이었지만 지금 이 나이가 되어 수십년 전 나를 떠올리면 "너 정말 미쳤다." "너 정말 운이 좋았다." 를 외치며 등짝을 팡팡 때려주고 싶음. 더불어, 사이비도 그때는 좀 순했는지 아니면 그분이 유독 순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연단에서 사탄은 물러가라를 외친 통일교 목사인지 뭔지 모를 그 양반, 철없는 중2병 얼라 해코지 않고 보내주는 지성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갑자기 또 하나 기억이 떠오르는지, 대학 동기 오빠 한 명이 통일교 신자가 되어서 수천쌍이 하는 그 합동결혼식으로 결혼했다. 그 소식을 들은 동기들 모두 "통일교 아니었으면 결혼하기 힘들었을 텐데 그 오빠는 잘 선택했네." 의 반응이었음. ㅇ오빠 잘 살고 계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