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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타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2025.9.25)

by choco 2025. 9. 26.

지난 봄 (예상은 했었지만) 무늬만 고흐 전에 낚인 이후 그림값 비싼 인상파 전시회는 현지 아니면 안 가리라! 결심했으나 동네 친구가 얼리버드 예약했다고 보여준다고 해서 간 세잔, 르누아르 전시회.  오래 전 샤갈 전과 알폰스 무하 전시회 이후 간만에 눈호강을 제대로 하고 왔다.  

(감사하게도) 내부 촬영 금지라 포스터만 찍어 왔음.  촬영 허용을 하면 사진 찍는 사람들 때문에 + 나도 뭔가 남기고 싶어서 사진 찍다보면 흐름이 끊기는데 촬영을 못 하게 하니까 물 흐르듯이 관람할 수 있었다. 평일 오전이라 사람이 적당히 있었다는 것도 즐겁고 쾌적한 관람에 한몫을 했음. 

보통 이런 전시회 하면 큰 작품 하나 정도 간신히 가져오고 나머지는 스케치나 비교적 저렴한 초기 소품들, 사진 등으로 벽을 채운은데 이 전시회는 평균 수준의 애호가들도 아는 작품들을 상당히 많이 가져왔다.  그리고 같은 시대에 비슷한 주제를 많이 그렸지만 화풍이 다른 두 화가의 그림을 주제별로 함께 전시해서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한 큐레이팅 아이디어가 정말 돋보였고 감탄했다. 

(순서는 벌써 가물거려서 대충 생각나는대로 적자면) 각 방마다 각자의 아들을 그린 인물, 풍경, 정물, 목욕하는 사람 혹은 여인들의 모습의 대표작품을 1:1로 나란히 배치하고 나머지 작품들을 보여주는 게 주 배열이었고, 폴 기욤이라는 수집가가 모은 이 두 화가의 작품 + 세잔과 르노아르의 영향을 받은 피카소의 입체파 작품을 함께 전시해놓은 마지막 방은 백미라고 하겠다.  완전한 입체파를 완성하기 전 피카소의 목욕하는 여인은 르노아르와 세잔에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양식을 보여준다.  이 작품들을 수집해 자기 집에 나란히 걸어놓은 폴 기욤 부부의 안목과 그들이 누렸을 즐거움에 부러움과 감탄을 보낸다. 

어릴 때 미술책이나 달력에서 보던 르노아르의 피아노 치는 여인들이라던가 세잔의 과일과 푸른 꽃병이 있는 정물화의 실물을 정말 오랜만에, 더구나 한국에서 소매치기 걱정없이 감상하는 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두 인상파 작가만 집중해서 보여주는 전시회지만 작품 제목을 보면 다른 인상파 작가들이 떠올렸는데 대표적인 게 세잔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마네의 그림과 제목은 같지만 사뭇 다른 분위기. 두 작품을 놓고 보면 재밌을듯.  르노아르의 오달리스크 역시. 마네의 올랭피아나 앵그르의 오달리스크들이 왠지 떠올랐다.  다음에 파리에 가게 되면 그 작품들을 열심히 찾아보... 기엔 이젠 오랑주리도 오르세도 완전 도떼기 시장. 😢   뮤지엄 티켓도 기한 안에는 횟수 제한없이 무제한이던 시절이고 관광객도 심하게 많지는 않아서 나름대로 호젓하게 미술관을 즐길 수 있었는데... 어느 노랫말마따나 "아~ 옛날이여."다. 

여튼 각 전시실마다 두 화가의 다큐멘터리 영상 클립을 보여준다거나, 폴 기욤의 집에 전시된 작품들을 영상화해서 보여주는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한국 학예사들의 큐레이팅 능력은 이제 세계 어디에 내어놔도 뒤지지 않을듯.  

행복하게 그림 구경 잘~하고 오랜만에 백년옥에서 맛있는 점심 먹고 동네로 돌아와서 새로 생긴 포? 카페에서 티타임과 수다.  동행한 한 명이 미술사 박사님이라 인상파 얘기도 잘 듣고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이란 이름도 새로 알게 되었음.  인상파 여류 화가는 베르트 모리조와 메리 카사트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 역시 사람은 자꾸 나가서 보고 듣고 해야 새로운 걸 알게 됨. 

맑은 가을날 즐거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