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이 여기저기 이동거리와 함께 짐도 많은 날이라 얇으면서 글자가 작아 내용이 많은 책을 택했다.
사실 이 책을 잡을 때 살짝 기대라면... 예전에 일본 역사를 움직인 여인들이던가? 란 책에서 나왔던 몇 인물들의 연관성과 약간은 신화적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였는데 이 책의 저자는 철저하게 사실 위주의 기술을 하고 있다.
물론 강한 심증을 뒷받침하는 정도의 가설적 증거를 기반으로 풀어낸 내용 -9박 10일간 이어지던 시하쓰마쓰리 등- 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아주 보수적인 입장에선 또 소설 쓴다고 비아냥거릴지 몰라도 전반적으로 문헌과 실제 유적, 유물, 행사 등을 기반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딱딱하거나 아주 재미없는 내용은 아니다. 아예 모르고 있었던 백제의 후손들이 일본 역사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걸 파편이나마 꼼꼼히 모아놓았기 때문에 그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장승이라는 백제 문화의 일본 전래에 관한 얘기는 처음이라 아주 흥미로웠음.
일본인들은 신공황후 등 우리 입장에선 코방귀 휭휭 나오는 소설을 정사로 믿고 교육받는다. 반대로 우리 역시 일본 사람들은 웃기네~라고 할, 황실의 백제계설을 철석같이 신봉하고 있다. 때문에 그런 한국적인 시각에선 문화적인 영향력과, 혈통으로는 외척계 정도로만 인정하는 저자의 관점은 상당히 재미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소설(?)과 가설도 좋아하지만 가끔은 이런 딱딱하고 맛없는 음식을 먹어주는 것도 달달한 입맛에 길들여진 내 혀와 머리를 깨우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일본 전역에 남아있는 백제 문화의 흔적과 양국 교류의 흔적들을 담담하고 건조한 어조로 풀어낸 그런 글을 읽고 싶다면 추천. 나로선 만족도가 꽤 높아서 이 출판사의 백제 시리즈 몇권을 더 구입해서 볼 예정이다.
책/인문(국내)
일본의 살아 있는 백제문화
임동권 | 주류성 | 2007.4.2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