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놓은 지는 좀 됐는데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4일날 일산에 공연보러 가면서 잡았다.
7대 불가사의라는 제목 때문에 뭔가 엄청 신기하고 신비로운 것을 상상할 수도 있는데 여기 등장하는 7가지는 액면 그대로 놓고 볼 때 '불가사의'란 단어와 어울리나 하는 면에선 약간 갸우뚱하기도 한다. 저자 스스로도 이 분류는 자신이 처음 시작한 거고 앞으로 많은 논의를 거쳐서 모두가 인정하는 내용이 정립되면 좋겠다는 얘길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여하튼 불가사의라는 단어는 좀 어울리지 않는 과장이란 느낌이 들지만 내용 자체로 들어가서 보면 우리 조상의 과학적인 유산에 관해 읽을만한 내용들을 과학자의 시각에서 정리했고, 이건 상당히 묵직한 재미를 담고 있다.
과학자이기 때문에 인문학자 특유의 가설이나 예술가들이 선호하는 미에 대한 말장난이 없는 게 이 책의 최대 장점일 것이다. 100%는 아니지만 이 책의 내용들은 과학적 근거와 실험, 또 증거를 통해 서술된다.
그리고 한국사 뿐 아니라 세계사와의 연관성도 보여주고 있는데 이건 과학과 국사, 세계사 전반에 걸친 저자의 풍부한 지식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하겠다.
한국 청동기의 대표적인 유물이면서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유적인 고인돌부터 훈민정음까지. 7개의 주제를 갖고 풀어나가는 전체 내용은 상당히 신중하면서도 다양한 시각을 포용하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학설과 또 비웃음과 극단적인 추종자들을 거느린 한단고기류의 학설까지 저자는 자기 시각에서 해석하고 받아들이거나 비판한다.
아마도 이런 점 때문에 한국의 주류인 실증주의 사학자들은 저자를 환빠라고 욕할 거고, 반대로 진짜 환빠들은 식민주의 사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저자이 이론을 비판할 거다.
나는? 실증주의 사학도, 한단고기류의 사학도 잘 모르니 그냥 내 기억에 남는 것과 또 내 나름대로 쓸모있고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어디선가 잘 써먹겠지.
지식적인 측면에서나, 새로운 시각을 보는 면에서나 또 재미면에서 모두 재미있는 책이었다. 과학과 발명으로 보는 한국사의 파편들을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