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벼룩에서 2만원 3병 묶음 중 또 하나의 디킨 에스테이트의 친구.
주말에 꽃등심과 살치살 구워먹으면서 이번엔 쉬라즈를 뜯었다.
메를로가 형편없이 약해져 있어서 다급한 마음으로 뜯었는데 이 친구는 아직 쌩쌩~
정확히 말하자면 쌩쌩~까지는 아니지만 정점을 넘지는 않았다. 적당한 부드러움과 은근한 힘이 남아 있는 상태.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신의 물방울류의 그 뜬구름잡는 표현을 흉내내자면 곱게 화장을 잘 한 40대 귀부인? ㅎㅎ;
까맣게 잘 익은 산딸기 빛을 띠고 있다. 잔을 코에 갖다 댔을 때 느껴지는 느낌은 진한 베리향과 살짝 스치는 오크향. 굉장히 묵직하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색과 향에서 주는 분위기에 비해 탄닌맛이 숙성되어 사라진, 부드럽게 정돈된 느낌.
생고기와 먹었는데 양념갈비나 중국요리와 먹었다면 와인의 복잡다단한 향이 더 느껴지도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격 대비 아주 만족~ 나머지 한병 남은 샤도네이는 이번 일요일 사촌 모임 때 뜯을까 생각중이다. 초밥에 좀 강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