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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영화 다 봤음.
따로 하긴 귀찮고 신화에 대한 간단한 멘트를 하자면 개연성 꽝이지만 즐거운 성룡표 영화.
김희선은 정말 더빙이 딱이다. 60년대 더빙시대에 배우를 했으면 환상적이었을텐데. ㅎㅎ
이제 책 포스팅.
천무화영. 꽤 오래 전부터 봐야지~ 하던 책이다. 동네 대여점에도 없고 어영부영하다보니 여기저기 품절이라 구하는데 고생을 했지만 지난 주에 1, 2부 구입 성공~
검증없이 리뷰와 설명글을 보고 구입한 책들이 연달아 실패를 해서 대여점에 없는 건 이유가 있다. -_-;;; 좀 열받아 있었는데 이건 책장에 꽂혀있는 것을 보면 흐뭇하다.
1부는 천방지축 화영의 얼음인간 천무에 대한 막무가내 돌진 이야기. 무협이나 역사 로맨스에 등장하는, 연약하지만 고고한 미녀나 고강한 무예를 지닌 냉철한 여협이 아니라 무공 꽝에 배울 의지도 재능도 없고 오로지 말썽만 부리는 여주. 그런 그녀가 목을 매다는 젊은 사부 천무는 무협지의 전형적인 냉철한 고수 + 영웅문 1부의 곽정 스타일의 약간 둔탱이에 원칙주의자다.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사람의 귀여운 러브 스토리가 아주아주 즐거웠다. 무협의 냄새는 풍기나 그 맛을 제대로 냈다고 할 수 없는 몇몇 로맨스와 달리 이 작가는 무협 장르의 상당한 팬인 것 같다는 느낌.
독특한 스타일과 상상력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1부가 무협 로맨스라면 2부는 로맨스의 성격을 약간 가진 무협 소설. 기존의 무협 소설들이 남자들의 환타지를 적극적으로 충족시킨다면 천무화영 2부는 무협지를 보는 여자들의 환타지의 완결편이라고나 할까. ㅋㅋ
상당수 무협 소설이 고강한 남주의 미녀 얻기 아케이드 게임이란 것은 그 장르를 읽은 사람들은 크게 반대하지 않을 거다. 아마 그 대리만족 때문에 남자들이 더 열광하지 않을까 싶은데 천무화영 2부는 그 여성편.
무술은 전혀 고강하지 않지만 그녀를 지켜줄 절대무적에 가까운 남주가 있으니 1차 요건 충족. 그런 그녀를 둘러싸고 계속 등장하는 미남들. 어느 하나도 버리기 아까운 고강 + 미모(?) + 지위 + 성품 등을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미남 만나기 아케이드 게임이다. 꽃보다 남자 등등 별볼일 없는 여주 하나를 둘러싸고 완벽 미남들이 줄을 잇는 일본 만화들이 줄줄이 생각났다. <-- 표절이나 그런 얘기가 아니라 분위기에서. ^^
작가의 작명 센스 덕분에 배를 잡는 부수적인 즐거움도 컸다. 2002 월드컵 대표 선수들 + 히딩크 감독의 이름을 절묘하게 변형한 엑스트라 미남들이며 등장 단역의 별호와 이름은 한마디로 ㅍㅎㅎㅎㅎ. 이 소설은 번역을 하면 절대 이런 즐거움을 얻지 못할 거다. 한국인들만이 즐길 수 있는 농담이라고나 할까.
작품과 상관없는 얘기인데... 이 최수선 작가는 야오이물의 광팬인 것 같다. 코믹하게 등장하는 동성애적 코드들 역시 즐거웠음~
전형적인 로맨스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박한 평가를 받겠지만 다양성 측면에서 또 무협과 로맨스가 결합한 탄탄한 아이디어를 즐긴다는 측면에선 충분히 만족했다. 시대물이나 무협 로맨스 장르에서 절절하고 애절함을 기대하는 사람은 피해감이 좋고 다양한 재미를 즐기는 사람에겐 강추.
한마디로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