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이나 나들이를 기다리며 밤을 하얗게 지새다 비가 와서 실망해 울었다는... 그런 류의 동화나 산문을 어릴 때 읽은 기억이 있다.
어릴 때부터 이미 좀 삐딱한 인간이었는지 그때 그런 글을 읽으면서 '도대체 왜?'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우울한 심정을 거의 100%에 가깝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음.
고작 아이스쇼인데... 왜 이렇게 축 쳐지고 우울한지. 관계자나 출연자도 아니면서 그거 하나 취소됐다고 한없이 가라앉는지 심리 분석을 좀 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앉았다.
이유 1.
일단... 금요일과 일요일. 각기 다른 친구들과 모처럼 만나서 수다도 떨고 마음껏 스트래스를 발산하면서 동경하던 선수들을 눈앞에서 바라볼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그중 한명은 이 공연을 기대하면서 미국에서부터 예매하고 날아왔다. 그것만 생각하면 미안해 죽겠음. ㅠ.ㅠ
그리고 어제는 호면당에서 저녁 먹고 내일은 국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으니 나의 식도락 일정에도 엄청난 차질을 빚었다.
이게 일단은 가장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이 정도로 우울해지기엔 뭔가 좀 약한 느낌? 좀 더 심층 분석을 해볼까?
이유 2.
쪽팔려 죽겠다. ㅠ.ㅠ 사람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정이 각기 다른데 내 경우엔 수치심이다.
누군가에게 무시당하거나 창피할 일을 했을 때 그 수치심의 후유증은 길게는 수십년도 간다. 그런 쪽에 아주 민감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되도록 무시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고 대부분 잘 먹히지만 그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번에 바로 그 케이스인듯.
내년 이맘 때 이 정도 캐스팅을 불러모아 이번 사건을 상쇄할 정도로 성공적인 아이스쇼를 연다면 벗어날지 모르겠지만... 이제 거의 불가능한 얘기. --; 이 쪽팔린 감정은 결국 흉터없이 치유 불가능이란 소리군.
표를 샀다는 것 말고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지만... 이게 앞으로 얼마나 오래오래 회자될 망신인지를 알기에... 지금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게 정말 창피하다.
이유 3.
피겨에 대한 애정 어쩌고를 거론하기도 창피한 나이롱 팬이지만 이제 겨우 싹을 튀울까 말까 하는 피겨 저변확대와 관심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는 점에서.
어딘지 모르게 주눅든 스케이팅을 해왔던 이동훈 군이 이번 쇼를 계기로 뭔가 화려한 도약을 해주길 바랬는데... 에효호호호 복도 없지....
불난 장소에선 장사가 잘 된다니... 연아양이나 동훈군 모두 이번 불로 액땜 거~하게 하고 남은 시즌 내내 펄펄 날아다니면 좋겠다.
[#M_뻘글|less..|메인은 아니지만 역시 심란하게 하는 주제라서 그냥 끄적.
요즘 온 나라를 뒤집어 놓고 있는 신모모씨. 그래. 톡 까놓고 얘기해서 나도 '뻥을 저렇게 치다니. 쟤 정말 간도 크다.' 에서 시작해서 '저 얼굴에 재주도 좋다.' 까지 대다수와 별 다를 것 없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사람을 몇이나 강*하고 죽인 놈들의 초상권도 보호해주면서 여자의 누드사진을 온 포털에 도배를 하다니. 네이버도 문화일보도 그리고 그걸 받아서 끄적이는 언론들 모두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