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엄청나게 많이도 마셔댔구만. 문제는 아직 뜯지도 않은 홍차들이 널렸고 이미 마셨음에도 지금 스펠링 확인하기 귀찮아 그냥 다음으로 미룬 차들이 더 있다는 사실이다. -_-;
그만 구시렁 거리고 하나씩 치워나가보자면...
TEEKANNE TEEFIX 는 쿤스트하우스 갔다 오다가 생수 사러 들른 수퍼마켓에서 충동구매. 그때는 앞으로도 시간이 더 있을 줄 알고 몇개만 샀는데 지금은 왕 후회중이다. 그 수퍼마켓에서 땡기는 티백들을 더 샀어야 하는데. 거기서 산 것들은 가격은 한국의 보리차 티백 가격인데 맛은 고급 수입 브랜드 티백에 절대 뒤지지 않음. 전반적으로 가격 대비 굉장히 만족도가 높다.
아무래도 물건이 빨리빨리 돌아가니 계속 신선한 제품이 공급되는 선순환에 기인하겠지. 유통기한 임박한 홍차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참 신선한 홍차라는 느낌. 옛날에 나왔던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홍차캔디에서 풍기던 그런 향이 폴폴~ 맛도 적당히 찌리리하면서도 빈약하지 않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싱싱한 홍차향과 느낌이 너무 좋음.
시간이 없어서 얘가 50개짜리 벌크형 티백이라는 걸 모르고 대충 집어왔는데 한국서 열어보니까 소포장이 되어있지가 않아서 낭패감이 엄습했지만 현재 반 정도는 주변에 분양 완료했고 나머지는 부지런히 마셔줘야지. 아까 오후에도 한잔 마셔줬음. ^^ 올 겨울에 애용해줄 것 같다.
MAYFAIR TRADITIONAL MISCHUNG 는 스위스 브랜드 홍차인 것 같다. 얘는 TEEKANNE TEEFIX 보다 좀 더 비싼 친구. 뭐 그래봤자 한국 보리차 티백이랑 큰 차이는 없지만. ^^ 그래도 가격대비로 따지면 위에 있는 친구의 2배 정도 몸값이긴 하다. 소포장이 되어 있으니 그 수고를 생각하면 더 받아도 큰 무리는 없겠지.
위 친구랑 엄청난 맛의 차이는 느끼지 못하겠고 역시 신선하고 맛있는 전형적인 홍차의 맛. 티백으로 이 정도 퀄리티를 내준다면 잎차를 꽤 오래 못 마시는 상황이라고 해도 큰 아쉬움이 없을 것 같다.
근데... 얘네들도 분명 자기 나라에서 영국 립톤의 옐로우 라벨과 비슷한 가장 대중적인 홍차인 건 분명한데 왜 립톤 옐로우 라벨과는 이렇게 천지차이의 맛을 내는지 의문이 폴폴. 내 입맛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유통상의 문제인지...?
BRAHMA RUSSIAN CARAVEN. 내 3파운드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픈 브라마 뮤지엄에서 산 홍차. -_-; 포장도 참 구리다. 스테이플러로 찍찍 찍어놓은 포장에 가격도 그리 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홍차 하나도 안 사서 가기는 뭔가 서운하여 구입한 두 종류 중 하나.
겨울이 다가오고 하니 러시안 캐러밴이 좋을듯 하여 얘를 먼저 오픈했다.
잎은 대부분 OP급으로 바스러진 것 없이 잘 숙성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수색은 그다지 예쁘지 않았음.
향은... 내가 다른 브랜드의 러시안 캐러밴을 그렇게 많이 맛본 건 아니라서 정확한 비교가 될지 모르겠지만 좀 옅은 편. 이 부류 홍차 특유의 훈연향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런 연한 느낌을 좋아할 거고 반대인 사람은 싫어할 테니 이건 절대평가는 좀 곤란. 뭐든 자기가 서있는 스타일에 충실해야한다는 것이 내 주장(?)인 고로 난 좀 그저 그랬다.
좋은 점은 느긋~하게 마셔도 빨리 써지지 않는다는 것. 디저트보다는 식사류, 아니면 그냥 홍차만으로 마시는 게 좋을듯.
얘네도 양이 좀 돼기 때문에 모님과 ㅅ에게 일찌감치 소포장 분양을 했는데 반응이 궁금...
HARRODS UVA HIGHLAND는 내가 런던에 갈 때 반드시 사고야 말리라! 하고 의지를 활활 불태웠던 홍차. 내가 주로 눈팅을 하는 홍차 카페에서 종종 얘에 대해 극찬에 가까운 시음기가 올라오니 당연히 땡길 수 밖에. 홍차섹션에 가서 애를 찾으라 난리법석을 떠는 통에 헤로즈에서 크게 충동구매를 하지 않았으니 고마운 홍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은근히 까탈스런 실론 홍차를 내가 잘 못 우렸을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기대이하. 일단 가장 실망했던 건 ASNAF의 BOP 우바를 우렸을 때 그 포트를 타고나와 온 몸을 몽글몽글 감싸는 듯한 그 풍부한 아로마가 없다. 그냥 밍숭맹숭 보통 실론 홍차처럼 끌림이 없는 향기만이...
그렇다고 맛이 그 향기를 상쇄해주느냐? 맛 역시도 기대했던 풍부함이 없다. 딱히 밸런스가 깨진 그런 건 아니지만 뭔가 빈약하고 얕은 느낌. 오래된 홍차라거나 그러면 내가 보관을 잘못했나보다 하겠지만 금방 사온 햇홍차인데???
수색은 고왔던 것 같지만 맛과 향에서 일단 실망을 좀 하고나니 다른 곳에 집중할 기력이 상실. -_-; 얘도 조만간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컨디션이 좋은 날 다시 시도를 해봐야겠다. 예전에 누와라엘리야를 재발견한 것처럼 또 인상이 완전히 바뀔 수가 있겠지. 사실 요즘 내 컨디션이 좋은 홍차를 제대로 즐길 수준이 아닌 건 인정...
예전에 너무 많이 지른 관계로 이번에는 WITTARD에서는 아주아주 소심하게 구입을 했는데 AFTERNOON 은 그 쳐내기의 와중에서 살아남은 친구.
AFTERNOON 이라는 이름을 가진 트와이닝의 홍차가 아직 반 넘어 남아있고 또 오후에 즐길만한 저 류의 홍차가 넘쳐나는 상황이라 몇번이나 버리려고 했지만 베르가못과 자스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향기가 내 발목을 붙잡아서 결국은... '이건 선물할 거야~'라는 변명을 등에 업고 한국으로 실려왔다.
예정대로 선물은 했고, 그 와중에 다시 1/3이 분양이라는 명목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전에 우렸는데 얘도 쫌... 실망? 뭐랄까... 왜 애프터눈티라고 이름을 붙였나 그런 느낌. 아마도 내가 애프터눈티에 갖고 있는 그 선입견에서 벗어난 게 낮은 평가의 원인이지 싶은데... 찻잎 상태에서 풍기던 그 매혹적인 향기가 뜨거운 물을 통과하면서 매력 반감. 맛도 좀 그냥저냥...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어정쩡함이랄까?
얘를 처음 시음하던 날도 컨디션이 완전히 바닥이었던 걸 감안할 때 이 친구도 재평가를 받을 기회를 주긴 줘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