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보 히로코 | 청어람미디어 | 2007.11.3-8
꽤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다. 그런데 사실 자료나 현재 돈벌이에 연결이 되지 않고, 또 앞으로도 별로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책은 엄청나게 땡기지 않는 한 자꾸 순위 밖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거기다 가격이 그렇게 싼 편도 아니었고. 내내 보관함에만 들어가 있다가 생일에 ㅈ양이 뒤늦게 선물을 뭔가 하나 해주고 싶다고 해서 옳다구나~하고 이걸 요구했음.
예상대로 그림도 별로 없고 양장으로 번드르르~하게 포장이 잘 된 것도 아니고 사실 소위 '뽀대'로 봐서는 몸값보다는 좀 못하다. 그런데 수수한 겉모습과 달리 내용은 흥미진진. ^^
나이를 먹을 수록 거대한 역사의 큰그림보다는 이렇게 나처럼 '기타 여러분'에 속하는 사람들이 뭘 먹고 뭘 입고 뭘 하면서 살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데 이 책은 뭘 먹고 살았는지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일본 음식의 대명사처럼 생각하는 그 뎀푸라(튀김)이며 스시(생선초밥)과 각종 초밥류들, 소바와 우동류. 양갱을 비롯한 과자류들이 어떻게 일본인들의 식생활을 파고 들었고 어떤 식으로 확산이 되고 누가 먹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조리가 됐는지 눈앞에 그림이 그려질 정도이다.
제목은 패스트푸드지만 서민들의 한끼나 군것질로 시작했던 음식류들이 고급 식당이나 연회장으로 옮겨져서 고급화되는 과정들도 여기서 만날 수가 있다. 죠닌이라 불렸던 서민들, 중간 계층인 사무라이들, 그리고 쇼군의 식탁을 간략하게나마 만나볼 수 있는 잘 만든 책이다.
아차하면 지루한 요리 이름 나열서 내지 현대에서는 그다지 써먹을 수 없는 요리책이 되기 십상인 주제인데 균형을 잘 지키면서 내용을 풀어낸 것 같다. 그림이 별로 없음에도 음식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입에 군침이 돌 정도였음.
아쉬운 건 -아마도 자신의 논문이나 강의록을 엮어 정리한 게 아닐까 싶은데- 쓸데없이 반복되는 내용이 각 챕터에 많이 있었다는 것. 앞에서 충분히 설명을 해서 굳이 뒤에 다시 나올 필요가 없는 것들이 토씨도 거의 바뀌지 않은 채 몇번이나 다시 나올 때는 종이 낭비를 생각이 종종 들었다.
이런 소소한 불만을 제외하고는 알찬 내용에 재미까지 있다고 평가하고 싶음. 즐거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