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Fin-Ed-Siecle.
빈으로 여행 일정을 잡으면서 사전 조사 겸 공부 차 주문을 했는데 책이 워낙 어마어마한 크기에 두께다보니 결국 여행을 다녀오고도 한참 뒤에야 마무리에 성공했다.
큰 책이라서 사진도 많고 좀 화보 스타일이 강하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적절한 시점에 잘 배치된 사진이나 그림들이 넉넉하긴 하지만 내용이 워낙 많고 묵직하다보니 비율로 따지면 적은 편이다.
내용은 빈의 현재 모습으로 링 슈트라쎄가 건설되고 1900년대 초반까지 빈에서 일어났던 문화 운동을 비롯해 사상, 문학, 예술, 정치 경제 분야까지를 아우르면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요즘 트랜드인 미시사가 아니라 이 한 시대를 놓고 큰 풍경화를 그리는 post-holing (번역자도 적당한 단어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하니까 나도 그대로 옮겨옴) 스타일로 풀어놓고 있는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쇼르스케란 사람의 문장에 솔직히 더 감탄.
번역된 문장을 놓고 감탄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이건 번역자의 공이겠지- 굉장히 많은 비유를 쓰면서 문학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가끔은 이게 사실인지, 비유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렇게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건 저자가 이 책에서 풀어놓은 스타일대로 자기가 다루는 면에 관한 한 전문가적인 지식과 식견을 두루두루 갖춘 지성인이기 때문에 가능했지 싶다.
이미 알고 있었던 클림트며 코코쉬카, 프로이트, 쇤베르그 등이 각기 독립된 인간이 아니라 빈이라는 거대한 문화 공간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또 어떤 좌절과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복합적으로 알게된 것만으로도 기나긴 독서의 보람은 충분하다고 본다.
더불어 잘 -전혀. ^^- 모르고 있었던 슈니츨러며 오토 폰 바그너 등등 링 슈트라세의 건설자들에 대한 맛이라도 볼 수 있었다는 것도 고마운 일. 예전에 오스트리아 관련 정보를 조사할 때도 느꼈지만 이 나라는 참 많이 알려진 것 같으면서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국인에게는 아주 멀고 먼 나라인 것 같다.
왜 세기말이라면서 1900년대 초반이냐는 질문을 가졌었는데 역사학적으로 1차 대전 이전까지를 19세기로 포함해 묶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부분은 확실히 공감이 가는 내용. 서구 유럽인들에게는 그때까지가 식민지 시대의 호황을 즐기는 벨 에포크였으니까. 번역자 말마따가 그들만의 벨 에포크였다는 게 문제였지.
가벼운 빈 근세사 이야기나 관광 정보를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렇게 가끔은 우리 국어임에도 불구하고 몇번은 되풀이해서 읽으면서 의미파악을 해나가야 하는 묵직한 책을 읽어주는게 치매 방지에 도움이 되겠지.
공책 사이즈에 500쪽. 아직은 장편을 읽을 체력이 남아있긴 하군. 나름 뿌듯하다~
책/인문(국외)
세기말 비엔나
칼 쇼르스케 | 생각의나무 | 2007. 여름? ~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