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수 | 김영사 | 2007.11.14~26
갖고 다니기 좋은 적절한 두께에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외출 때만 읽다보니 끝내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어릴 때 이야기 한국사 전집에서 고려 후기 부분에 고려를 사실상 지배한 몽고와 묶여서 악역에 적합한 에피소드들도 무장해 등장하던 몽고 공주들을 새롭게 만나는 기회가 됐다고 하겠다.
단편적인 역사관과 흑백논리로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볼 때는 무조건 몽고 공주들을 욕했는데 어른의 눈으로 보니 원나라로 끌려간 고려 공녀들보다는 못해도 이 여인들 역시 참 기구한 인생들이란 생각이 든다.
부모가 시키는대로 물 설고 낯선 이국에 시집왔는데 (대충 보니 나이 차이들도 엄청나다. -_-;) 믿고 의지해야할 남편이란 놈은 딴 여자들만 줄줄이 거느리고 허구헌날 독수공방. 자식을 낳은 경우도 별로 없었고 (금슬이 좋지 않았다니 당연한 일이겠지) 심지어는 맞아죽은 걸로 추정되는 공주들까지 있으니...
공민왕의 개혁과 맞물려 국내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이고 복받은 이미지로 그려졌던 노국대장공주 역시 윤색되지 않은 사실 위주로 역사를 살펴보면 능력 떨어지는 남편 때문에 죽을 고비도 엄청 넘기고 결국은 출산하다가 죽는 여인이다. 그녀에 대한 공민왕의 지극정성인 거의 병적인 사랑은... 저자의 말처럼 그녀 개인에게는 행복이고 기쁨이겠지만 회생의 마지막 기회였던 고려에게는 진짜로 재앙이었다. 절대 동감.
단순히 흥미 위주의 결혼기록이 아니라 충숙왕 때부터 시작된 고려왕족과 원의 공주와의 결혼을 통해 얽힌 원과 고려와의 교류 관계를 다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20여년 간 이야기 한국사에서 읽었던 내용과 그 역사관을 울궈먹고 살았는데 모처럼 거기에 보태주는 새로운 각도의 시각을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
도입부에 깔끔하게 정리된 고려 왕실과 원 공주들의 계보도는 저자가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바로미터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알아보기 쉽게 만들고 쓴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터라. ^^
그리고 부록에 설명까지 친절하게 달린 참고도서들은 꼬리를 무는 독서욕구를 마구 불러일으킨다. 출판 시기를 보면 절판된 책도 많겠지만 찬찬히 좀 찾아봐야겠다.
몽고 침입 이후부터 공민왕까지 고려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시작이 될 책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