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읽은 하이에나~에 갑자기 동물 관련 책들이 삘이 꽂혀서 책장에 모시고 있던 슈바이처와 동물 친구들을 꺼냈다.
삽화와 사진도 많고 활자도 큰데다가 내용도 중반까지는 크게 복잡하지 않은 에피소드 위주라서 일사천리로 진행. 전반부는 아프리카 랑바레네 병원에서 슈바이처 박사의 일상을 함께 했던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박사가 키웠던 영양이며 침팬지, 펠리컨 등등의 동물들과 만남과 그들과 얽힌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살기 쉽지 않은 아프리카의 동물들과 인간들의 삶의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
후반부는 슈바이처 박사 철학의 근간이 되는 생명외경에 대한 개념 정립의 과정과 그의 사상을 가볍게 풀어나가면서 설명하는 내용. 사실 가습 따뜻한 동물 에세이라는 책소개들은 중반까지에 해당되고 후반부는 그 색깔을 달리한다. 따라서 카피를 읽고 그 기대에 따라 책을 선택한 독자들은 약간의 혼란과 황당함까지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재미라는 면에 있어서는 후반부에 급격하게 떨어지지만 끝까지 읽을만한 내용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는 게 내 개인적인 평가. 사상 정립의 시기에 쓴 책이라 그런지 군데군데 모순이 보이기는 하지만 생명에 대한 외경과 사랑을 느낄 수 있어 더 좋았다. 19세기 중반부터 물질 문명에 관한 한 급격한 서구의 역전과 식민지 지배로 인해서 동양의 서구에 대한 열등감이 알게 모르게 많이 남아 있는데... 조화로운 사상의 폭넓음이나 깊이는 동양이 서양보다 절대적으로 앞섰다는 사실을 서양인인 슈바이처 박사의 글을 통해 확인하는 수확도 있었다.
어릴 때 어린이용으로 축약한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라는 자서전을 읽었었는데 문득 성인용으로 된 슈바이처 박사의 평전이나 자서전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책/기타
슈바이처와 동물 친구들
알베르트 슈바이처 | 눈과마음 | 20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