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디카 메모리나 비우면서 밀린 와인 포스팅이나 해야겠다.
사진찍은 순서니까 아마도 마셨던 순서이지 싶다. 꽤 괜찮았는데 사진을 찍지 않은 펜폴즈며 스페인 와인들이 있었으니... 꽤 마셨군. ^^
SAN MAETIN ALBERTO COSECHA 2005
작년 연말에 와인나라 세일 때 저렴하게 사왔던 스페인 와인이다. 도수가 좀 있어서 새우 먹을 때 땄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기대했던 진하고 풍부한 맛은 아니었음. 이 친구는 회랑 먹었다면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색깔도 아주 연한 밀짚색에 전체적으로 가볍고 맑은 와인었다는 기억이 남.
드라이하고 묵직한 걸 좋아하는 우리집 취향에는 좀 가벼웠다.
LOXAREL CAVA 2002
얘는 실패.
애용하는 카바가 없어서 대용으로 사봤는데 달지는 않지만 너무나 빈약한 맛에 스파클링도 거칠고 전반적으로 수준이 낮다.
스파클링 특유의 입술을 간질거리게 하는 그럼 상큼함이 없고 깔깔한 씁쓸함이라고 할까? 커피로 치면 향은 달아나고 쓴 맛만 남은 커피.
비추.
CONNETABLE TALBOT SAINT-JULIEN 2003
딸보가 본래 좀 묵직함이 있는 와인이라서 양녀갈비를 먹을 때 뜯었다.
그런데 의외로 굉장히 순하고 부드러운 맛. 가볍지는 않은데 아주 보들보들하니 탄닌맛이 순화되고 과일향이 꼭 주스처럼 느껴질 정도로 강하다보니 무척 가볍게 느껴지는 착시 효과가 있었다.
2003년이 프랑스의 포도 작황이 좋았던 해라 그런지 이 해의 와인들이 굉장히 푸루티하달까? 상큼한 미묘함이 있다.
HEIDSIECK MONOPOLE PREMIER CRU
포장도 요란한데다 이 프리미어 크뤼급 샴페일을 위해 포도도 따로 재배를 한다는 둥 엄청 설명이 많아서 기대했는데 도대체 넌 왜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냐?
샴페인라면 병을 다 비올 때까지 끊이지 않고 보글보글 균일하고 고운 거품을 올려야 하는데 얘는 뜯었을 때도 시간이 지나도 거품도 별로 없고 밍밍하니 영. -_-;
한마디로 돈 아까웠다.
내 돈 내고 다시는 시도하지 않겠음.
VEUVE CLICQUOT PONSARDIN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고 베브 클리끄는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
여기엔 뭐라고 잔소리를 덧붙이는 게 불필요한 최상의 거품과 밸런스.
입술부터 목구멍까지 식도를 간질간질 스치며 내려가는 샴페인 거품의 느낌이 환상이었음.
역시 어패류에는 샴페인이 최고다.
CHATEAU JA GEORGE COTE LAVIE GRAND CRU CLASSE SAINT-EMILION GRAND CRU 2001
와인의 기나긴 족보를 다 옮겨 적는 걸 엄청 싫어하는 나지만 우리 집에 처음으로 방문한 그랑 크뤼급 와인이니 예우를 해주는 차원에서 옮겨 적어봤음. ^^
2년 전인가? 행운이를 며칠 맡아줬다고 유럽 여행에서 돌아온 ㅎ양이 선물로 사다준 와인이다. 그랑 크뤼급 와인이니 선물해준 사람과 함께 마시는 게 예의이지 싶어서 내내 보관만 하다가 지난 주 내 동생 생일 때 떡갈비와 함께 마셔주기 위해서 드디어 개봉.
병을 땄을 때 코에 아주 단단한 향이 느껴져서 좀 더 일찍 오픈을 해서 1시간 정도 열어놨어야 했구나... 아차 싶었는데 디캔팅을 하지 않아도 잘 열리는 와인인지 의외로 활짝 벌어진 맛을 선사.
향기에서 느낀 선입견과 달리 굉장히 부드럽고 체리향이랄까... 캐러맬향이 감돈다.
그래서 양념이 강한 고기에 밀리지 않을까 살짝 걱정을 했는데 부드러운 듯 하면서도 라스트 노트가 끝없이 길어서 전혀 밀리지 않음. 정말 한정없이 긴 라스트 노트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래서 그랑 크뤼급을 돈많은 사람들이 굳이 찾고 챙기는 건가?
동생이 돈많은 친구를 둔 덕분에 혀가 호강을 했다. ^^
BEELGARA SHIRAZ 2005
몸값이 과히 싼 와인도 아닌데 코르크가 아니라 돌려서 따는 와인.
호주와 뉴질랜드가 돌려따는 병을 선호하는 것 같다.
저 그랑 크뤼급 와인을 마신 뒤라 그런지 굉장히 상큼하고 풋풋하게 느껴졌다.
쉬라즈 치고는 조금 힘이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깔끔하니 마시기 좋았음.
TYRELL'S WINES VAT 9 HUNTER SHIRAZ 2002
얘는 완전히 끓어서 뜬 와인이 어떤 맛이란 걸 보여주는 친구기 때문에 시음기라기 보다는 갤러리아 에노테카를 씹기 위해서 올리는 사진.
세일을 해서 장장 44000원이라는 거금을 받아먹고 끓은 와인을 판 주제에 미안하단 말 말고는 아무런 보상도 못하겠단다. 내 앞으로 에노테카에서 와인을 사면 성을 갈고 내 주변 모두에게도 여기선 와인 사지 말라고 광고를 하고 다닐 예정이다.
와인 벼룩이나 창고 개방 세일에 가서도 끓은 와인은 구경 못했구만 도대체 어떻게 보관을 한거야. 갤러리아 에노테카 완전히 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