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매주 평균적으로 한두병 이상의 와인을 마셨는데 사진만 찍어놓고 안올린게 부지기수. 나중에는 사진도 찍지 않고 그냥 병을 버린 것도 많다. 나중에 사진을 찍어놓은 건 기록 차원에서 포스팅을 하겠지만 그야말로 기록장이지 그건 시음기록을 남긴다는 건 불가능일 것 같다.
그나마 최근에 마신, 그리고 아주 괜찮았던 칠레 와인 포스팅을 하나 처리해야겠다.
이렇게 생긴 친구로 배경은 8월 말에 놀러갔던 펜션의 식탁. ^^
카사 실바 퀸타 제네라시옹으로 읽으면 되지 싶은데 신의 물방울에 나와서 몸값을 올리고 있는 와인이라고 한다. 본래 가격은 7만 5천원에서 8만원 사이인데 50% 세일로 마지막 한병 남은 걸 ㅎ양이 집어왔다고 함.
야외에서 바비큐를 하면서 마셨고 해가 금방 졌기 때문에 와인의 색이며 점성 등등은 파악 불가능. 불을 피우기 전에 개봉을 해서 약 1시간 가까이 열어놔서 그런지 활짝 열린 맛을 보여줬다. 중급 이상의 레드 와인 대부분이 그렇듯 얘도 디캔팅이나 숨을 쉬게 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지 싶다.
까베르네 소비뇽, 까르메니, 쉬라즈라는 강한 포도가 블렌딩의 대부분을 이루는 값을 하는지 맛도 향도 약간 쌉쌀하면서도 드라이한 묵직함이 있다. 쁘띠 베르돗이라는 포도 품종은 처음 보는 거라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과일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오크나 캐러맬의 약간 끈적한 그런 느낌? 특등급 한우 꽃등심과 호주산 양념갈비를 준비해서 갔는데 기름진 한우나 진한 양념 양쪽 모두에게 밀리지 않고 입안을 정리해준다. 고기와 시너지 작용을 일으켜 식욕을 돋우는 효과가 탁월한 듯.
이 친구는 필히 고기와 함께 마셔줘야 하는 와인인 것 같다.
펜션에는 당연히 와인잔이 없어서 그냥 물컵에 부어서 마셔서 그런지, 아니면 공기 좋은 곳에서 마셔서 그런지 이상하게 술이 빨리 취해서 셋이서 한병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한잔 정도 남겼다. 그날은 배가 너무 불러 의식을 못했지만 집에 돌아와 괜히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아까워했음.
무지 심플한 라벨과 뒷 부분의 긴 설명라벨.
잊기 전에 자랑 하나. 부친이 추석 선물로 그랑 크뤼급 와인을 선물받아 오셨다. 뉘신지 몰라도 선물하신 분은 사업 잘 되고 복 받으시라고 빌고 있음. 푹 쉬게 해뒀다가 연말쯤에 마셔봐야겠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