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Le Cycle du Graal: Perceval le Gallois tome 6 으로 1995년에 나왔다.
바그너의 오페라 중에서 파르지팔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라기 보다는 이게 사실 제일 듣기에 부담이 적다. 제일 짧은 편에 속하기도 하고. ^^- 퍼시발 편을 잡을 때 기대가 컸다. 바그너가 묘사하는 파르지팔=퍼시발의 문학과 전설에서 원형이 어떤 모습인지 굉장히 궁금했었다.
오페라에서 묘사되는 파르지팔과 연관성을 찾아서 이 책을 본다면 좀 뜨아하고 실망감이 있을 수 있다. 이름과 성배를 찾아나선 기사라는 그 기초적인 플롯을 제외하고 오페라와 연관성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은 책의 말미에 저자인 장 마르칼이 충분히 했으니까 생략하고 그냥 이 6권에서 묘사되는 퍼시발의 인상과 느낌만 정리하자면 지능부족은 원탁의 기사들 모두에게 해당된다는 사실의 제확인. 그리고 여자에 대한 맹세와 정조관념 부족은 금지된 불륜의 사랑을 하는 란슬롯이 기네비어에게 바치는 것과 극히 드문 한두가지 예를 제외한 모든 기사들의 공통점인 모양이다. 퍼시발은 대놓고 어느 한 여인을 특별히 사랑하고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고백까지 하고 있으니.... 두 손 들었음.
낭만적인 사랑과 고결한 기사들의 모험담을 원하는 여성 독자에게 이 아발론 연대기는 상당한 인내심을 요하는 등장인물들 퍼레이드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이런 불만마저도 걷어내고 -사실 포기할 때가 됐다. 대책없는 같은 불평을 계속하기에 원탁의 기사들보다 내 아이큐가 쬐끔은 더 높은 관계로. ^^- 그냥 퍼시발의 모험담을 따라가자면 그는 이전까지 나왔던 원탁의 기사들과 아주 다른, 독특한 존재다.
왕의 아들이거나 왕의 친족으로 궁전에서 태어나 성장한, 고결하고 높은 신분의 원탁의 기사들과 달리 백작의 아들이지만 몰락한 신분으로 그가 기사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어머닐와 함께 시골뜨기로 자라났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기사들에게 혹해 기사가 되기로 작정하고 촌스럽고 물정 모르는 촌뜨기로 세상에 나와 아더왕을 만나고, 기사가 되고 성배의 모험에 뛰어든다.
스승격이 되는 사람들의 충고를 너무나 잘 들은 덕분에 -또다른 해석으로는 어머니의 죽음을 무시하고 떠난 죄 때문에- 어부왕의 고통을 끝내고 피흘리는 창의 비극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그 죄의식에 시달린다.
그 모험의 와중에 그가 사랑을 맹세하거나 반한 여자들의 리스트는 끝없이 이어지고... 언제 시간이 나면 액셀에 원탁의 기사들 으림을 넣고 그들이 껄떡거리거나 반한, 혹은 사랑을 맹세한 여자들 이름을 한번 넣어 정리를 해보면 시간 보내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짜 많다. -_-;;;
사실혼과 한시적인 연인 관계가 주류를 이루는 이 기사들의 모험담을 보면서 조르주 뒤비의 '중세의 결혼'을 대입시키는 재미가 있다. 중세 초기의 결혼은 면밀한 계산을 통한 최상류 계층 장남만의 전유물이었고 기사 계급조차 결혼하는 건 쉽지 않았다던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12세기의 판본이 많이 섞인 아발론 연대기에서 보여지는 이 애정행각은 아마도 당시 풍습의 흔적이 아닐까 싶다.
다음 편은 어부왕의 오랜 고통을 끝내줄 갈라하드의 등장이다. 기대됨~
책/픽션
아발론 연대기 6 - 성배의 기사 퍼시발
장 마르칼 | 북스피어 | 2008.4.1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