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Le Cycle du Graal: La Fee Morgane tome 4 로 1994년에 세상에 나왔다.
화장실 밖으로 절대 가지고 나오지 않느다는 조건 아래서 내 건강에 이상이 없는 한 대충 한권 읽는 데 한달이 걸리는 모양이다. ^^;;;;
4권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아더왕 이야기에서 모드레드와 함께 최고의 악역으로 알고 있었던 모르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내게 있어서 아발론 연대기 4권은 모르간의 재발견으로 요약할수 있겠다.
멀린의 마법을 이어받은 두 전수자 중 하나인 비비안이 란슬롯을 키우고 보호하면서 멀린을 대신해서 원탁의 기사들에게 선한 조언자의 입장이라면 모르간은 기본적으로 예측불허이다. 그녀의 필요에 의해, 혹은 내키면 원탁의 기사들을 돕기도 하고 그들의 모험이 성공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고난을 만들고 분란을 유도한다.
하지만 이번 권은 란슬롯에 대한 모르간의 보답받을 수 없는 연정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원탁의 기사들을 돕는 그녀의 전능한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사들이 이 표현을 들으면 분노할 지 모르겠지만 머리를 대신해서 험한 일을 해주는 수족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서양인들은 어찌 느낄지 모르겠지만 모르간의 외모에 대한 묘사는 동양인인 내게는 어릴 때 열심히 봤던 전설의 고향을 바로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어서 그 신비스런 아름다움은 별로 상상이 안됨. (미안 모르간. ^^; 하지만 난 진실로 당신의 팬이라오~)
아발론 연대기에서 짙게 드러나는 여신숭배 사상이며 그 숨은 배경을 차분하게 읽고 있노라면 켈트 신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유혹이 솟는다.
기독교 사상의 구미에 맞게 순화된 숨은 상징이나 다른 판본에 대한 설명 등 내용 중간중간 적절하게 -그리고 상당히 에쁘게 배치된 각주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보답받을 수 없는 불륜에 빠진 란슬롯과 쌍벽을 이루는 매혹적인 바람둥이 가웨인의 얘기가 기대된다. 오늘부터 시작했음.
책/픽션
아발론 연대기 4 - 요정 모르간
장 마르칼 | 북스피어 | 2008. 2.17-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