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Le Cycle du Graal: Galaad et le Roi Pecheur tome 7. 드디어 여기서 갈라하드가 등장해 길고 긴 어부왕의 고통을 끝내고 성배 탐험의 모험이 완성된다.
갈라하드가 성배를 찾고 어부왕을 구할 기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세세한 모험의 과정은 몰랐었기 때문에 이번 편의 과정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특히 갈라하드와 함께 모험을 완성하는 기사 중 하나가 퍼시발이었던 건 예상했지만 나머지 하나가 보호트라는 것은 진짜로 예외였음. 가웨인이나 다른 기사가 아닐까 했는데 그다지 존재감 없었던 보호트라니....
대책없이 싸우고 보고 또 예쁜 여자가 나타나면 뇌의 활동이 완전히 정지해버리는 대부분의 원탁의 기사들에 비해 일찌감치 개심해 금욕적인 태도로 모험을 쫓아간 덕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반대로 보호트를 그 모험에 적절하게 끼워넣기 위한 저자들의 장치겠구나라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근육과 힘으로만 채워진 원탁의 기사들에게 비호감이었는데 이번 갈라하드 편을 보면서 그래도 난 영적인 존재보다는 육적인 존재에 더 호감을 갖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ㅎㅎ; 뭐랄까... 갈라하드라는 인물은 천신의 육화된 모습 내지 좀 비현설적인 성스러움으로 뭉쳐진 그런 잡히지 않는 존재로 인간적인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그래서 -마리아를 원죄없이 태어나게 하는 준비를 갖춘 뒤 예수가 탄생한 것처럼- 갈라하드의 탄생과 그를 맞이하는 과정에 그렇게 많은 준비와 안배가 있었으리라는 짐작을 해본다.
수많은 이본들이 있는 성배탐색의 이야기들을 모아 큰 줄기를 엮어낸 저자 장 마르칼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보낸다. 그리고 역주를 읽는 보기 드문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는 번역자 김정란씨에게도.
이제 아더왕의 왕국이 궤멸되는 마지막 한 권이 남았다. 책을 읽는 나도, 또 책 속의 주인공들 모두 알고 있는 예정된 파국임에도 끝이 보인다는 게 왠지 모르게 씁쓸하군.
책/픽션
아발론 연대기 7 - 갈라하드와 어부왕
장 마르칼 | 북스피어 | 2008.4.28-5.22